넷플릭스 성난 사람들(비프) 후기 평점, 시즌2 기대
스티븐 연·엘리 윙 로드 레이지 악연 점입가경…한국 문화·한류 배우 눈길
그 뜻을 ‘소고기’로만 일고 있던 ‘한인의, 한인을 위한, 한인에 의한’ 10부작 넷플릭스 드라마 ‘비프’(BEEF. 한글 제목 ‘성난 사람들’)을 마침내 다 봤다. 매 회 30여 분, 재기 발랄한 전개와 더불어 속도감 있게 맘먹으면 몰아보기도 가능하다. 총 상영시간 348분 정도.
드라마 시발은 ‘로드 레이지’(road rage)다. 요즘 미국에서도 빈번한, 어떤 때는 총격으로까지 이어지는 잦은 사건·사고 중 하나다. 도로 위 난폭운전, 이 때문에 초래되는 불행한 일들.
마트에서 ‘자살하려고 산’ 물건을 반품하지 못한 사람에게 빵빵거리며 도발하는 여자. 하나는 한국계 미국인 남성, 또 다른 하나는 중국계 미국인 여성이다. 동양인 두 사람 간 사소하고 소소한 마찰이 점화해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진다. 10화 내내 두 사람 대립이 가족?주변인과 엮이며 점층법 구조로 확대된다.
‘가운뎃손가락’ 욕까지 먹은 남자 대니(스티븐 연)가 여자 에이미(엘리 윙)의 집을 찾아낸다. 고급 주택 화장실 오줌 갈기는 걸로 선공. 빡 돈 에이미가 그의 차에 ‘넌 비치’ 온통 낙서하는 걸로 응전. 그게 시작이었다. 여자의 남편 조지(죠셉 리), 남자의 남동생 폴(영 마지노)가 입체적으로 얽히고, 집이 불타고, 애가 납치(!)되고, 사람이 죽고…
잘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주인공이 본격 빌런으로 거듭나는 순간은 개인적으로 제8화에서 동생에게 “방화래, 여자 장갑이 휘발유통과 발견됐대”라고 거짓말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동생 분노에 기름을 끼얹어 ‘극한의 복수’를 도모하게 하려는 추악한 심성의 발로다.
그 다음 장면은 대니가 태생적으로 빌런이었구나 느끼게 한다. 과거 회상 씬. 2008년 대학 가겠다며(UC 어바인까지 생각하는 걸 보면 동생, 공부 잘한 듯) 폴이 각 대학 입학처에 보내는 편지를 대니, 형이란 놈이 발견하고 그냥 다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러고 보면 ‘게임만 하며 암호화폐 목매는’ 동생의 룸펜 생활은 형 때문이다. 동생 장래를 무참히 망가뜨린 빌런보다 더 나쁜 인간상.
아이를 비자발적으로 납치하는 상황에 앰버 경고까지 울리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경찰에 쫓기는 대니와 둘만 남은 에이미. 못 죽여 안달이었던 두 사람 고립된 상황에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며 속 깊은 대화. 갈등이 봉합되는 순간 에이미 남편의 총질.
중환자실 산소호흡기를 단 대니를 바라보던 여주가 그 곁에 눕는다. 드라마의 끝, 멀어지는 카메라 언뜻 대니의 손이 여자를 감싸려는 듯 움직인다. 모든 것을 참회한 두 사람의 새 시작? 드라마는 10회 내내 점입가경, 끝에 살짝 희망을 끼얹었다.
그래, 사는 게 다 그렇다. 그러니 참고 살 일이다. 그래, “미안” 이 한마디면 되는걸. 그런 생각.
드라마는 온통 ‘한류’다. 대니 엄마와 아빠가 한국인이니 한국말로 통화하고 카톡도 쓴다. 미국 생활하는 한인들 필수 커뮤니티인 한인교회도 빠질 수 없다. 개인적으로 대니가 교회에서 찬양하다 감정 북받쳐 우는 제3화 ‘내 속엔 울음이 산다’가 제일 인상적이다. 목적이야 어떻든 누구나 속에 울음이 있다. 가끔 교회는 그걸 쏟아내게 한다.
출연진은 다 낯이 익다. 등장인물 중 스티브 연이야 이미 나름 ‘국민 배우’ 대열에 섰고, 에이미 역할 엘리 윙도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 인물. 일본계 미국인으로 나오는 조지 역 죠셉 리, 대니 집안 모텔 말아먹게 하고 결국 대니 때문에 인생 망친 ‘형’ 아이작 데이비드 최, 에이미 친구이면서 아닌 나오미 애슐리 박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도 나온 애슐리 박 분량은 좀 아쉽다. 드라마 보는 내내 차라리 그가 여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이 친구, 주연 복 정말 없다.
한 가지, 이 영화는 일종의 ‘집단 창작’물이다. 감독과 작가가 여러 명 투입돼 각 에피소드를 책임지는 식이다.
가령 감독. 감독이 모든 에피소드 같은 사람이 아니다. 제1화 김독 ‘히카리(HIKARI), 제2화 제이크 슈라이어… 특히 슈라이어는 10개 에피소드 중 6개를 연출했다. 근데 마지막 제10화는 이성진이 직접 감독을 맡았다. 드라마 마지막 회 끝나고 엔딩 타이틀 ‘디렉티드 바이, 롸이튼 바이, 크리에이티드 바이’ 모두 ‘LEE SUNG JIN’이다.
작가도 다르다. 1화 이성진, 2화 앨리스 주(Alice Ju), 3화 케리 켐퍼(Carrie Kemper)… 제10화 이성진, 이렇게 서로 힘을 모았다.
독특한 짜임새, 일종의 협업인 셈이다. 크리에이터만 끝까지 한 사람이다. ‘이성진’(LEE SUNG JIN).
‘이성진’이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이미 작가, 프로듀서, 감독으로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다. ‘성난 사람들’(BEEF) 최다 연출을 맡은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 소개로 그가 감독을 맡은 마블 영화 ‘썬더볼츠’ 각본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때 미국에 건너왔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제학 전공. 시작은 블로그 글쓰기였다.
제목 ‘BEEF’ 뜻. 소고기만 생각했다. ‘불평’(하다)는 명사?동사 뜻도 있더라. ‘꼭지가 돌다’ 누가 이 표현 썼던데 그게 더 딱인 것 같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 ‘소고기’와 전혀 무관한 건 아니다. 제10화, 대니의 대사.
동양인들 어쩔 수 없는 유당 불내증(우유만 마시면 속 뒤집어지는 증상)을 말하는 장면.
”많은 음식에 소고기가 들어가. 소를 키웠다는 얘긴데 우유를 왜 안 먹었겠어?“
넷플릭스 4월 6일 공개. 혹시 하고 봤는데 쿠키(보너스 영상)는 없다. 인기몰이하면 시즌2도 기대해봄 직한데, ‘넷플릭스 1위‘ 명성에 기대면 가능할 수도.
이에 대한 포브스(Forbes) 전망. “대니와 에이미 얘기는 끝났지만 다른 출연진으로 ‘BEEF’ 계속 만들어낼 수도.” 글쎄.
평점 매우 우수하다. IMDb 8.4/10, 로튼 토마토 와우 100%다. 구글 사용자도 무려 96%가 ‘좋아요’를 눌렀다.(4.14 현재)
시즌2, 나올까?
[업데이트]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아이작’ 형님으로 나온 데이비드 최(David Choe)가 과거 팟캐스트 진행 시절 한 ‘강간’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는 소식. 그는 ‘조작이었다’고 밝혔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버즈 피드 등 보도.
<관련기사: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비프) 데이비드 최 강간 논란>
<19:40.0414.쇠.2023.完>
<업데이트. 13:46.0415.흙.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