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그레이 맨 ‘왜 제이슨 본이 생각나지?’
출연진만 화려, 앤서니·조 루소 감독 ‘실망’… 조카 역 아역배우 눈길
일하는 데 넷플릭스가 알림으로 ‘그레이 맨’(The Gray Man) 스트리밍을 알렸다. 넷플릭스가 ‘재기’를 염두에 두고 공들였다는 작품. 광고도 많이 해 기실 기다렸던 작품이다.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데 아르마스… 면면이 내가 좋아하는 유명 배우들. 게다가 예고편 그 액션은 또 어떻고.
그래서 바로 봤다. 불금,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이다. 그냥 한 번에 봤다. 영화 볼 때마다 늘 하는 생각. ‘큰 기대를 하지 말자’. 역시 그랬다. 그랬어야 했다.
먼저 넷플릭스 소개 영화 간단 줄거리.
‘이름도 없다. 두려움도 없다. 망설임도 없다. CIA 훈련 이후 유령이자 그림자로 존재하게 된 남자. 이제 조직은 가장 위험한 요원인 그를 세상에서 없애려 한다.’
감옥에 있다가 CIA에 특채돼 살인 병기로 키워진 남자. 일명 ‘시에라 프로그램’의 시에라 식스(6)로 거듭난 라이언 고슬링. 그를 픽업한 사람이 고슬링에게 말한다. “(앞으로) “회색지대에서 일하게 된다”고. 그래서 영화 제목이 ‘그레이 맨’.
“왜 이름이 식스(6)예요?”
“007은 이미 누가 썼으니까”
이게 이 영화 젤 웃긴 유머다. 다른 유머 장치들(그렇게 보이는) 하나도 웃긴 게 없다.
‘로이드’로 나오는 크리스 에반스. 캡틴 아메리카 때가 제일 멋있다. 콧수염 기르고 흰 빽바지 입은 싸이코 살인마·고문기술자 배역도 안 어울리고 그 느낌 소화도 못 한다. 그냥 캐릭터 소모’당’하는 느낌이랄까.
고슬링 액션도 기대 이하. 20년 동안 ‘정보 하나 없는’ 완벽한 킬러라는데 액션은 시들하고 힘에 부친다. 총이면 존 윅, 맨손 액션이라면 제이슨 본(본 시리즈)이 있다. 그렇게 고급지고 찰진 액션을 무려 최고 15년 전부터 봐왔는데 고슬링 저 액션을 보고 만족하라고?
게다가 아나 데 아르마스(미란다), 내가 아는 그 매력은 어디 둔 거? 007 죽는 마지막 007 영화에서 그 찢어진 빨간 드레스 입고 총 쏘며 보이던 활극은 오간 데 없다. 같이 보던 지인 “쟤가 걔야?” 한다. 그러게, 나도 저 정도일 줄 몰랐다.
영화 전개는 또 어떻고. ‘아들 같다’는 고슬링을 돕다 조카 납치하니 ‘죽여라’ 한다. 손톱 빼내도 참아내는 사람이 ‘조카 불러야겠네’ 하니까 또 불어댄다. 조카 사랑 모르는 거 아니지만 극 이끌어 가기 위해 너무 쉽게 그런 설정 가져갔다는 게 문제. 긴장감 하나 없이 그냥 조카 카드만 들고 있으면 고슬링 파악은 손안에서 쥐락펴락. 영화 넘 쉽게 만들었다. 시청자를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일명 ‘프라하 액션’, 넷플릭스 이거 ‘진짜 트램에서 찍었다’ 운운하며 엄청 마케팅 소구 삼던데 이 장면은 좀 볼만했다. 근데 이마저 뭔가 합이 안 맞고 주인공이라 안 죽어야겠지만, 보면 ‘너무하네’ 싶다. 그리고 식스 얘, 생존의 7할은 다른 사람 도움 덕분이다. 혼자 못 사는 게 뭔 ‘언터처블’이라는 건지.
그리고.
정말이지 그래도 ‘끝’엔 뭔가 ‘한 방’ 있겠지 했다. 미로 정원에서 아이 인질로 삼아 대치하다 두 주인공 일대일 맞짱 뜨는 거, 세상에 이런 구린 결말이라니. 그리고 그냥 ‘다 좋은 게 좋은 거’로 영화는 끝난다. “여기선 껌 씹어도 되지?” 마지막 주인공 대사. 정말 껌 씹는 소리하고 있네, 이런 저평가만 남는 영화.
(영화 끝부분 인도인 킬러의 저 변심은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 이 무슨 신파도 아니고, 도대체 왜, 왜.)
이래서 결국 감독 탓. 앤서니 루소, 조 루소, 형제 감독. ‘어벤저스: 엔드게임’ 만든 그 감독이라는 게 안 믿겨. 유명 감독들 넷플릭스 돈 받아먹고 영화는 그냥저냥 만드는 듯. ‘탑건: 매버릭’ 만든 조셉 코신스키 감독 넷플릭스용으로 만든 ‘스파이더 헤드’도 그렇더만.
평점도 박하다. IMDb는 그나마 6.6/10. 로튼 토마토는 49%로 턱걸이도 못했다. 넷플릭스가 만족할 평점은 절대 아니다.
그나마 눈길 끄는 건 ‘조카’ 클레이 피츠로이로 나오는 아역 배우 줄리아 버터스(Julia Butters). 2009년 4월생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단다. 첨 보는 데, 묘한 매력이 있다. “예쁘다”는 지인 평가.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데 한 표.
이 영화 볼거리는 딴 데 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류 각 국 주요 도시를 돌면서 영화 찍는 데 돈 다 x발랐다. 도대체 어디를 얼마나 간 거야, 따로 정리해봤더니 무려 12개국 14개 도시를 다녔다. 아래 그 행적.
플로리다 주립감옥(영화 시작)-(18년 뒤) 방콕·랭글리(CIA 지휘센터)-바쿠(BAKU. 아제르바이잔)-모나코(크리스 에반스 첫 등장)-치앙마이-터키-런던(2년 전)-홍콩(당시 조카 클레어 피츠로이 살던 곳)-빈(다시 현재)-베를린(CIA Station)-크로아티아(Zbrka Castle)-프라하-워싱턴DC-버지니아
영화 보면서 이런 거나 정리할 정도라니.
본 얼티메이텀 시리즈나 다시 봐야겠다. 특히 본, 책 들고 싸우던 현란한 1:1 액션. 몇 편이더라…
마크 그리니 소설 원작. 상영시간 127분.
#덧말1: CIA는 이 영화 별로 안 좋아하겠다.
#덧말2: 모든 영화 자꾸 쿠키 찾는다. 이 영화 없다. 쿠키 찾는 짓도 좀 그만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