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니슨 메모리 치매 앓는 킬러의 마지막 액션
‘메멘토’ 가이 피어스, ‘말레나’ 모니카 벨루치 반가움·아쉬움
리암 니슨이 돌아왔다. 언제부터인가 액션 배우의 대명사가 돼버린 그가 마틴 캠벨 감독의 2022년작 ‘메모리’(Memory)에서 ‘완벽한, 그러나 소녀를 죽이지 못해 오히려 쫓기는’ 킬러 역할을 맡았다. 게다가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다. 기억이 가물가물, 사람과 사건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억’을 붙들어야 하는 안쓰러움. 영화 제목이 ‘메모리’인 이유다.
킬러 ‘알렉스’(리암 니슨)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타깃이 된 상대를 피도 눈물도 없이 죽여버린다. 그런 그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신뢰 100%다. 그런 그에게 들어온 새로운 의뢰. 가차 없이 목표를 처리하지만, 뜻밖에 알렉스가 겨눈 총구 ‘타깃’이 미성년자다. 13세, 멕시코에서 넘어온 소녀. 총구를 거둬들였지만, 죽여달라 의뢰한 쪽에서는 이제 알렉스를 제거하려 한다.
영화는 이후 자기를 죽이려는 세력에 대한 알렉스의 항전을 다룬다. 알츠하이머로 가물가물 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응징에 나서는 그. 여기에 결국 숨지는 13세 멕시코 소녀를 보호하던 멕시코 국경에서 근무하는 FBI 요원 빈센트(가이 피어스, 바로 그 분!)가 힘을 모은다. 물론 처음엔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
13세 소녀를 죽여달라고 부탁한 세력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거대한 비밀을 차단하기 위해 알렉스에게 살인을 의뢰했던 것. 덮어야할 잘못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모성애가 모든 악행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결국 죄는 벌을 받는다. 이 영화는 그런 뻔한 얘기를 고지식한 액션에 버무려 영화 후반부를 내내 끌고 간다.
그런데, 영화 힘에 딸린다. 리암니슨과 가이 피어스, 그리고 우리가 너무너무 잘 아는 프랑스 배우 모니카 벨루치, 모두 모두 다 늙었다. 리암 니슨을 데리고 마틴 캠벨이 찍는 마지막 액션영화, 액션 배우로서 리암 니슨이 찍은 마지막 영화, 그런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느낌.
영화 속 역할 자체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킬러’다. 노쇄했고, 묵직한 액션은 없다. 물론 찰라 상대를 제압하는 빠른 손놀림과 동작은 여전히 날렵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뿐이다. 이제 액션은 젊은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때. 리암 니슨은 이제 다시 멜로로 돌아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같은 멋진 중년의 러브 스토리 하나 남겼으면 좋겠다. 매릴 스트립 같은 훌륭한 배우 만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멋진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란 법 없을 테니.
가이 피어스, 이 멋진 배우도 정말 많이 늙었다. 여전히 야생의 것 물씬 풍기지만, 늙은 사자의 그것과도 같다. 역시 ‘기억’을 다룬 영화 ‘메멘토’(2001)의 가이 피어스도 20년 흐른 세월의 무게는 어쩌지 못한다. 소중한 배우,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
내가 추앙했던 모니카 벨루치
이 영화 ‘메모리’를 보면서 가장 놀란 배우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엄마 역할의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다. 그가 모습을 보였을 때 ‘어, 모니카 벨루치 닮았네’했고, 계속 보면서도 ‘설마, 모니카 벨루치는 아닐 테니 그래 아닐 거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랑한 그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맞았다.
최근 탑건 2(탑건: 매버릭)가 개봉하면서 화제가 된 또 하나는 남자 배우(톰 크루즈)에 비해 탑건 1 여배우(켈리 맥길리스)가 너무 많이 늙었다는 거. 탑건이 1987년 개봉했으니, 그 숱한 세월 속 늙는 게 당연한데 두 사람 변화가 너무 커 그게 또 뉴스가 됐다. 이 영화 속, 모니카 벨루치가 그렇다.
라빠르망(1997), 말레나(2001), 돌이킬 수 없는(2002),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2006) 등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랑스 배우’가 됐던 그녀. 그 매력은 007 스펙터(2015)에서 끝난 것 같다.(‘돌이킬 수 없는’에서 그 지하보도 씬은 지금도 ‘리얼리티’와 ‘그 자체 범죄’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말레나’에서 모니카 벨루치, 정말 예뻤다.)
‘메모리’에서는 그런 모니카 벨루치를 볼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세월을 배우에게서 느낀다는 건 배우 본인에게는 숙명이지만, 동시에 한때 그들을 추앙했던 관객 혹은 팬 입장에게도 다르지 않다. 추앙한다면, 다 받아들여야.
감독 마틴 캠벨. 더 포리너(2018),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2011), 엣지 오브 다크니스(2010), ‘007 카지노 로얄’(2006), 레전드 오브 조로(2005), 마스크 오브 조로(1998) 등을 만든,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감독.
상영시간 114분. 이 영화 ‘메모리’ 로튼 토마토 평점은 짜다. 30%. IMDb 10에 5.6, 구글 이용자들은 그래도 74% 비교적 넉넉한 점수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