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김치 전쟁, 고랭지 김치 함 먹어볼까?
시카고 김치 전쟁, 강원도 고랭지 김치 함 먹어볼까?
미국 살면서 아무리 시간 지나도 입맛은 바꿀 수 없다. 일주일 21끼, 많아야 2, 3끼 ‘양식’ 먹을까, 나머지는 모두 한식이다. 한국 ‘밥’을 먹어야 먹은 거 같다. 샌드위치, 꼬기로 배 채워도 사발면 얼큰한 국물 간절한 어쩔 수 없는 토종 입맛.
그래서 ‘김치’도 없어선 안된다. 절대 없이 못 살 대표 식품. 다행히 시카고 여기 서버브에는 다수 한인 마켓(마트)이 있어 굶을 일은 없다. 있다뿐인가, 어떤 메뉴는 경쟁도 치열하다.
김치도 제법 경쟁 심한 먹거리 중 하나. 가장 뒤늦게 2018년께 ‘강남김치’가 이 시장에 뛰어들어 시카고 한인들을 상대로 ‘팔천만’ ‘오천년’ ‘토바기’ ‘시카고’ 등과 가격과 맛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 소개하는 ‘고랭지 김치’는 이들 시장 쟁탈전에서 비껴있는 일종의 틈새 시장. ‘동강 청정 김치’란 이름으로 농업회사법인 (주)대가식품에서 만들고 (주)강원수출이 공급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김치는 한국산 고랭지 배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샴버그의 한인 마켓인 ‘우리마켓’에서 판매한다. 일단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경쟁 김치들에 비해 같은 가격이면 양이 월등하다는 거.
갤론 크기 병에 판매하는 다른 김치들과 달리 이 고랭지 김치는 상자째 판매한다. 가격은 44달러. 매장 내 진열 안돼 있으면 일하는 직원에게 부탁하면 창고에서 내온다. 여기 멕시코 직원 한국말 왠만한 한인 뺨친다. 게다가 친절하고 힘도 세다.
IT 제품도 아닌데 집 가져와 개봉기 찍을 뻔 했다. 그만큼 내용물이 궁금. 스티로폼 박스를 해체하면 두툼한 두겹의 김장비닐에 제대로 익은 포기김치가 한가득 담겼다. 김치 익은 내가 훅 하고 코를 후비고 드는 게, 순간 시장기가 확 돈다. 파블로프의 개도 아닌데 침이 꿀꺽.
소분하는 게 내 몫은 아니지만 곁에서 식욕 돋구는 맛에 죽는 줄 알았다. 길게 썰어 김나는 흰 쌀밥에 척 얹어 크게 한 입 먹고도 싶었다. 김치찜 해놓으면 밥 도둑 며칠은 가겠다, 꽁치김치찌게 해먹으면 몇 끼니 걱정 없겠다, 곁에서 그런 생각만 했다.
이 고랭지 김치, 일종의 묵은지로 쓰임새 크다. 그 자체로, 다른 것과 함께 갖가지 맛을 낼 수 있다. 묵은지 김치찜, 아무래도 이렇게 가장 많이 해먹는다. 버무린 양념은 또 왜 그리 실한 지.
소분 결과 무려 3통(병)이 나온다. 다른 김치 한 병에 거의 20불. 같은 가격에 1병이 덤인 셈이다. 그만큼 양이 많다.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렇게 먹거리 쟁여두면 맘이 다 행복하다. 게다가 김치. 일단 이걸 확보해놓으면 반찬의 80%는 먹고 들어간다.
김치 냉장고 사야겠단 생각을 했다. 강원도 고랭지 김치 쟁여놓고 두고두고 먹으려면 그것도 한 방법이겠다 싶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17:35.0704.해.2021.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