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맛집 싱싱 회 먹기 킥킨치킨 광어 한 접시
횟집 병행 3년째 쯔끼다시 일품… 나일스 한인식당 본격 경쟁
회가 동했다. 그래서 다녀온 게 나일스 ‘킥킨치킨’. 회 먹는다면서 웬 치킨? 할 테지만 3년 전인가 치킨 집에서 회도 함께 팔기 시작했다. 기름에 튀기는 음식과 싱싱 날 갓으로 먹는 회의 부조화. 근데 꽤 어래 병행했고, ‘먹을 만하더라’는 입소문도 들은 바 있어 ‘한번 가볼까’ 생각하던 차였다.
시카고에서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글렌뷰 내려간 김에 볼일을 보고 ‘어디 갈까’ 타진. A는 새 단장했다지만, 여전히 잔상처럼 남는 한 사건 땜 내키지 않았고, 한때 즐겨갔던 B는 주인 바뀐 뒤 안 가본 터라 매장 확장 소식에도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행 중 한 명이 ‘그럼 거기 가볼까, 치킨집에서 회 판다는’ 이래서 킥킨치킨으로 회 먹으러 갔다.
처음 방문이다. 장충동도 있고 쌍용도 있고, 아지트도, 오메가도 있는 나일스 그 몰에 있다는 건 알고 갔는데, 첨엔 못 찾았다. 몰 돌아서 끝 쪽 있다는 걸 알 턱이 있나. 히든 젬도 아니고. 음.
이 날이 8월 27일. 입구에 9월 4~8일 내부 공사로 휴무한다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나중 먹고 나서 주인아저씨랑 얘기해 안 건데, 매장 낸 이후 처음 하는 공사고, 안을 ’싹 구조 변경할 정도‘ 큰 공사를 예고했다. (이 글 쓰는 게 9월 17일. 공사 끝나고 재오픈했을 텐데, 어떻게 바뀌었나 살짝 궁금.)
처음엔 사장님인 줄 안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았다.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 했더니 광어 한 마리 200불, 150불 두 종류를 제시했다. 사람이 4명이라 200불짜리로 먹겠다고 했다.
메인 메뉴인 회는 금방 나왔다. 우리 뒤로 온다는 손님용으로 떠놓은 거 미리 먹겠느냐 해 그러마 했다. 하나씩 나오는 ‘쯔끼다시’(‘곁반찬’으로 번역하는데 말 맛을 못 살린다)로 고픈 배를 달래다 고대하던 한 접시 회를 받아보는 맛은 그래서 못 느꼈다.
당연한 얘기지만, 횟감은 싱싱했다. 쫄깃 야들한 맛이 적당히 썰어낸 회 하나하나에 가득 배 있었다. 쯔끼다시를 못 먹고 먹는 회라 양은 더 작아 보였다. 분주한 젓가락질 속 ‘한 접시 더 시켜도 먹겠다’ 이런 생각. 한국 우리 살던 ‘옛날포차’ 그 가격에 그 양을 물론 시카고에서 기대할 순 없다. ‘회로 배 채우러 온 거 아니다’ 달래며 눈치껏 젓가락질 한 건 비단 나뿐 아니었다. 한국 가면, 회 원 없이 먹고 오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아껴’ 먹었다.
횟집 중요 차별화 요인 중 하나는 역시 쯔끼다시. 생굴이 나왔을 때 탄복했고(같이 나온 멍게 조금, 게눈 감추듯), 새우튀김과 생선튀김이 이어 나왔을 때 살짝 허기를 보충했다. 치킨집 명성대로 닭날개 튀김도 입맛 돋우기 충분했다. 이어진 홍합탕의 시원한 맛에 더해 화룡점정, 역시 회의 마지막은 매운탕이다. 얼큰했으며, 뼈에 남은 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테이블 한 켠 고추장 종지 뚜껑 더러운 게 자꾸 눈에 거슬려 물티슈로 빡빡 깨끗이 닦아놓은 건 우리만 안다. 다음 사람 맘 편하게 먹으라는 배려. 예약한 일행이 한 둘 모이더니 곧 바깥 패리오에서 왁자하게 함께 식사를 즐겼다. 우리 들어올 때 입구 왼편 바에 앉아있던 손님이 가고 우리 먹는 동안 실내는 우리뿐이었다.
그래서 가능했던 주인과의 대화. 직접 요리를 담당하는 남자 분, 아줌마 얘기로는 요리사 자격증도 있는 ‘싸장님’으로, 그래서 맛을 내는 데 일가견이 있단다. 주인 왈, 회를 팔기 시작하고 지금은 꽤 많이 찾는다고. 이 분 낯 익은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더라. 서로 갸우뚱. 회를 써는 남미 계통 아가씨(맞나?)는 웃음이 친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