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지옥 그 연상호 맞아? 후기 무색 98분 낭비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억지로 다 보고 ‘뭘 본 거지?’ 했습니다. 이제 연상호는 끝났네,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20일(금) 공개한 ‘정이’ 얘기입니다. 진부한 소재, 영화를 이렇게 망칠 수도 있구나, 말 그대로 연출자 욕심(혹은 과잉)이 빚은 참극입니다. 뭐 하나 건질 게 없는 영화, 뭘 만들고 싶었는지 감독은 알까요?
정이(Jung_E)는 미래 SF 영화입니다. 전사였던 ‘정이’가 식물인간 됐을 때 ‘크로노이드’라는 군수 AI 개발업체가 그의 뇌를 복제해 전투 AI를 대량 생산, 반역자 무리와의 전쟁에 투입하려 합니다. 최종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사이코 연구소장(류경수)은 닥달하고 정이의 딸이자 개발 총책임자 윤서현(강수연)은 개발을 완수하려 노력합니다. 전쟁 종식, 평화가 오면 무기는 필요없습니다. 이제 크로노이드는 정이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 하고, 이에 서현은 ‘엄마’를 탈출시키려 합니다… 98분 내내 이 영화가 불편했던 이유. 먼저 영화 내용과 형식입니다. 미래 세계 묘사야 저 정도 구현은 이제 일반적입니다. 컴퓨터 그래픽(CG) 물량 공세면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실감나긴 했습니다. 특히 로봇의 매끈한 움직임은 로봇 개(맞나)에서 절정입니다. 트랜스포머 냄새가 나긴 했지만, 뭐 그 정도 아류야. 이 영화의 후한 평점은 그게 다입니다.
CG에 돈 다 써서 그랬나요. 눈에 익지 않은 출연자들 ‘발 연기’는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캐릭터를 소화 못하고 책 읽는 것처럼 무미 건조했습니다. 특히 연구소장으로 나오는 배우, “유머야, 유머” 하는데, 왜 저렇게 연기하지? 이 생각만 했습니다. 내용에 녹아들지 않는 건 배우로서 최악의 설정입니다. 과장된 톤과 몸짓, 억지 대사. 그 자신 프로필에도 전혀 도움 안될 연기였습니다.
이 영화는 또 배우 강수연의 유적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사망한 그는 저와 동시대를 살아온 동갑내기 배우입니다. 그런 그의 ‘손 댄’ 얼굴은 이 영화에서 처음 봤습니다. 배우는 몸으로 연기하지 않습니다. 표정으로 해요. 기괴하게 분장하듯 변한 딱딱한 얼굴로 하는 대사만 읊는 주연 배우 강수연은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한결같은 대사 톤, 엄마를 해체하고 재조립해야 하는, 그리고 그를 탈출시켜야 하는 아주 큰 비중의 연구팀장 역할에는 부적합해 보였습니다. 못다한 인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영화의 또다른 화두는 ‘왜 김현주인가’입니다. 영화 보기 전, 본 이후에도 이 생각은 여전합니다. 유명 배우는 김현주와 강수연, 류경수 그리고 상품개발부 상무로 아주 잠깐 한 커트 나오는 OOO 정도가 다 입니다. 이마저도 기대한 만큼 연기한 배우 없다는 건 이 영화로서도 불행.
연상호는 왜 김현주를 택했을까요? 그래서 그 선택은 탁월했던 것일까요? 김현주 액션은 잠깐 빛을 발하지만 같은 시기 공개한 ‘트롤리’와 맞물려 ‘서로 안 맞는 옷 입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왜 김현주였을까요?
무엇보다 이 영화가 불편했던 건 연출입니다. 아니 감독이 이 영화를 ‘왜, 어째서, 뭣 때문에’ 만들려고 했는지 입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합니다. ‘부산행’에서 웃고 울고 무서웠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지옥’에서는 그래도 감각 살아있네 생각은 했습니다. 관객은 이 영화 ‘정이’에서 뭘 느껴야 했나요. 어디에서, 어떤 부분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느꼈어야 하나요? 개연성 하나 없이 흘러가는 지리한 영화는 뻔한 스토리 담아 그냥 ‘그랬어야 하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로봇 모습으로 탈출 성공한 정이, 그 광대한 풍경 속 얼굴 클로즈업은 후속편을 예고하는 건가요? 이렇게 만들어놓고 넷플릭스가 ‘정이 2’ 투자할까요?
로봇 엄마가 떠나며 인간 딸 소현에게 부비부비를 합니다. 저게 감동이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 하나 없습니다. 영화가, 그렇게 흘러가서는 안됐습니다.
기대가 컸습니다. 근데 실망은 그보다 훨씬 크네요. 2023년 ‘넷플릭스 한류’가 출발부터 삐거덕대는 느낌, 혹시 제가 본 것과 다른 후기 누구 있으려나요.
<8:57.0121.흙.2023.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