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큐읽기

넷플릭스 다큐 추천 ‘밥 아저씨’ 밥 로스 몰랐던 사후

by 리뷰영 2021. 8. 30.

넷플릭스 다큐 추천 ‘밥 아저씨’ 밥 로스 몰랐던 사후


미국 플로리다 태생의 화가 겸 텔레비전 아티스트인 밥 로스(본명 Robert Norman Ross) 다큐멘터리를 넷플릭스에서 봤다. 다큐 별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닌데, 사람 얘기는 가끔 이렇게 봐도 좋다.

넷플릭스에는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Bob Ross: Happy Accidents, Betrayal & Greed)이란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Painting)이란 이름으로 8, 90년 대 당시 PBS에서 방영되며 ‘그림 그리기’ 인기를 절정에 올려놓은 인물.

우리에게 '밥 아저씨'로 친숙한 텔레비전 아티스트 밥 로스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Bob Ross: Happy Accidents, Betrayal & Greed) 메인 화면.

30분 만에 유화로 뚝딱 풍경화 한 편 그려내는 그의 ‘솜씨’는 그림 그리기가 이렇게 쉽구나 하는 사람들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선풍적인 ‘밥 로스 따라 하기’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에서도 ‘그림을 그립시다’(맞나?)라는 이름으로 TV에서 인기리 방영되면서 신드롬이 됐던 거 기억난다.(난 따라 하진 않았다.)

다큐에서도 나오지만, 그는 ‘아프로 헤어’라는 폭탄머리 형태로도 유명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Afro-American)에서 유래한 말이란다. 밥 로스는 극 중에서 ‘자연과 미용사 반반’이라며 일부러 그런 스타일을 만들어 고수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덥수룩한 수염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

밥 로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진.

전임자와 달리 ‘한 사람에게만 얘기하듯’ 나긋나긋하게 조용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것도 특색. 부드러운 그의 성미를 드러내는 거 같아, 나도 유튜브 영상 찍게 되면 이런 식으로 조곤조곤 말해야겠다 그런 생각도 했다.

이 다큐는 공군 출신 밥 로스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됐으며, TV 스타가 된 이후 어떤 유명세를 거쳐 사후 그의 의도와 다른 ‘이름 소유권’ 분쟁을 겪는 지를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보여준다.

제목에서 보듯 그는 ‘행복한 사고’(Happy Accidents)라는 역설을 좋아했다. 다큐에서 밥의 아들 스티브가 한 말.

“하지만 실수하면, 혹은 밥의 말차럼 행복한 사고(happy accident)를 저지르면 그걸 고치는 온갖 새로운 방법을 갑자기 배웁니다. 그리고 그 배움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하고요.”

밥 로스와 아들 스티브 로스(오른쪽).

‘배신과 탐욕’은 그가 죽기 직전 잉태 돼 사후 이뤄진 여러 법적 분쟁들을 의미한다. 여기에 이 다큐가 저격하는 CIA 출신 월트 코왈스키와 그의 아내 애넛 코왈스키가 등장한다. 이 부부, 밥 로스의 스타성을 알아보고 그의 이름을 딴 주식회사(밥 로스 주식회사. BRI)를 설립해 그의 매니징과 그의 이름을 딴 제품 판매 등을 시작한다.

텔레비전 아티스트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당연히 BRI도 덩치를 키운다. 문제는 월트·애넛 부부의 욕심. 결론적으로 밥 로스가 죽은 뒤 그의 권리를 상속한 이부동생과 세 번째 아내를 소송으로 위협해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함으로써 모든 권리를 양도받는다. 이 때문에 아들 스티브도 그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하고.

이는 밥 로스와의 의도와는 다르다는 게 다큐의 설명. 암으로 죽기 전 이 부부의 속내를 알아챈 밥이 자기 이름을 보전하길 원했지만, 결국 결과는 다르게 흘러 간 것. “코왈스키 부부는 밥 로스 이름으로 매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아들 스티브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다큐 얘기다.

이 사진, 좋다.

어쨌든.

밥 로스는 두번 째 아내이자 인생 동반자였던 제인이 죽은 지 2, 3주 후 비호지킨림프종(림프조직 세포가 악성으로 전환되어 생기는 악성 종양) 판정을 받는다. 암에 걸린 것으로, 그의 그림 스승은 방송 진행 중 냄새 없는 시너에 붓을 씻어 마구 털어주는 그의 습관이 그 원인 아닌가 진단한다.

“웻-온-웻(Wet-on wet) 기법(젖은 물감에 젖은 물감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도료 희석제를 많이 씁니다. 밥은 매시간 붓을 세게 때렸어요. 도료 희석제의 비등이 위로 떠서 밥의 코에 바로 들어가곤 했죠… 그게 림프종과 관련이 있지 않았나 하고요.”

병으로 인해 그는 1994년 5월 17일,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 마지막 회(403화) 방송 후, 1995년 7월 4일, 당시 52세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그의 묘비명. /사진=flickr

마지막 방송에서 그의 발언. “지난 13개 편에서 여러분과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벽에 있는 낡은 시계가 이 쇼의 막을 내릴 때라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코왈스키 부부는 장례식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장례식이 치러진다는 자체도 비밀로 하려 했다는 게 아들 스티브의 증언. 역시 장삿속 때문.

“그들은 사람들이 아버지가 계속 살아있다고 믿길 원했고, 여전히 그렇게 알고 있은 사람이 많아요. 제가 말해줘야 해요,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요.”

다큐는 그의 죽음 이후 30분 가까이 같이 일했던 직원 등의 말을 빌어 코왈스키 부부의 사업방식을 비판한다. 전체 분량 93분 중 적지 않은 양이다.(당초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다수 인터뷰를 취소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악질적으로 소송을 밥 먹듯 하는 코왈스키 부부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대표적인 거. 밥 로스 주식회사(BRI) 전 독일 책임자 증언.

“테이블에 그림이 잔뜩 올려져있고 누군가 그림에 밥의 사인을 하고 있었다. 뭐지, 밥은 죽었는데 누가 서명을 하지? 어떻게 된 거야?”

누군가는 ‘달력 그림 같다’지만, 그림의 대중화는 소중한 유산이다.

밥 로스 진품을 가리는 유일한 감별사로 애넷 코왈스키가 소개된다는 것도 코미디. 이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진행자 물음에 이 독일 책임자의 즉답. “개소리!(bullshit).”

코왈스키 부부가 붓•물감 등 제공하는 웨버를 압박해 또 다른 거래처인 경쟁 화가 젱킨스 부부와 인연을 끊게 만든 일화도 소개한다.

결국, “밥 로스의 이름을 그들이 훔쳐갔다”는 게 아들의 주장. 이 다큐멘터리도 그 의견을 지지하는 쪽이다.

코왈스키 부부와 좋았던 한때.

제작자 뒤끝. 다큐 제작에 참여해달라는 제작진 인터뷰 요청을 코왈스키 부부가 거절하며 “회사와 저작권에 누가 안되도록 해달라”는, 서면을 통한 은근한 압박을 해왔음도 공개하고 있다. 다큐 제작 후에는 다큐의 내용 중 일부를 부인하는 서한도 보내왔다고.

“밥 로스라는 사람과 그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치 있다는 걸 가르칩니다. 이 세상의 중요한 존재일 수 있다고요.”

아들의 말이다. 우리에겐 ‘밥 아저씨’ 밥 로스는, 그런 존재로만 기억되면 된다. “참 쉽죠?”

밥 아저씨를 오랜만 추억한 계기.

감독 조슈아 로페. 오늘(28일) 미국에서 콘텐츠 순위 6위.

<16:03.0829.해.2021.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