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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넷플릭스 다큐 '터닝포인트', CIA와 FBI는 왜?

by 리뷰영 2021. 9. 6.

9.11 테러 넷플릭스 다큐 '터닝포인트', CIA와 FBI는 왜?

9.11테러 발생부터 미군 아프간 철수까지 관계자 증언 담아
“무너진 시스템” “첩보의 실패” 등 평가… 이라크 침공 비판


미국 본토가 ‘처음’ 공격당한 전대미문의 9.11 테러 발생 2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지난달 말 미국은 아프간 주둔 군인과 미군의 철수를 완료했다.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카불 함락으로 인해 미국은 허둥댔고, 여전히 200명 안팎의 미국 시민권자가 아프간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다시 탈레반과 협상해야 하는 20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버렸다. 이에 대한 비판은 쉽게 식지 않을 상황.

이 즈음 넷플릭스가 시의적절하게 다큐멘터리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Turning Point: 9/11 and the War on Terror)을 선보였다. 9.11 테러로 시작해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시, 이라크 침공, 9.11 그 후 20년 등을 모두 5화에 담았다. 생존자 증언을 중심으로, 사료를 섞었으며 일부 해설도 곁들였다.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터닝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넷플릭스 다큐 '터닝포인트'는 모두 5화로 구성됐다.



9.11 테러, 당시 쌍둥이 빌딩(국제무역센터) 북쪽 빌딩과 남쪽 빌딩에 연달아 비행기가 충돌하는 장면, 그리고 무너지는 장면은 지금도 보는 자체 쉽지 않다. 그 당시 충격, 진주만 이후 미국이 제 나라에서 테러를 당한 건 처음있는 일. 게다가 미국의 심장이랄 수 있는 뉴욕의 붕괴.

(이건 개인사. 이날, 나는 막 미국에서 한국에 돌아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고 있었다. 처음에 모두 뭐지?하다 어느 한순간 모두 얼음처럼 굳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9.11 바로 일주일 전 이 건물에서 열린 보안 관련 전시회에 부스 참여했었다는 사실. 성수대교 무너지기 직전 거길 지나 등교했었던 기억과 함께 내가 지금도 모골 송연한 순간들이다.)

9.11 테러 당시 두번째 남쪽 건물을 향해 돌진하는 납치 비행기. 당시 생중계돼 충격이 더 컸다.

다큐에 따르면, 9.11 테러로 소방대원 350여 명을 포함해 구급대원 400여 명이 사망했다. 특히 사람들 구조하러 첫 충돌 있었던 제1빌딩(북쪽 건물)에 진입한 소방대원 피해가 컸다고. 아직도 사망자의 40% 정도가 신원 파악이 안됐다는 건 다큐 보고 처음 알았다.

다큐는 단순히 9.11테러를 일으킨 자들에 대한 분노만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밖’보다 미국 ‘안’에 더 메스를 들이댄다. 1화 제목부터가 ‘빨간불 켜진 시스템’(The System Was Blinking Red)이다.

9.11 테러 수습 과정에서 소방대원 350여 명이 사망했다.

특히 주목한 것은 CIA와 FBI의 공조 부재.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주요 용의자들의 미국 입국을 FBI가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행학교를 다니고, 테러를 준비하는 그 오랜 기간 이들을 못 잡아낸 것에 대한 자책겸 질책. 다큐는 거듭 말한다. “어떻게 이런 기습 테러가 일어났을까요? 이건 첩보의 실패입니다.”

동시에 ‘관타나모만 수용소’로 대표되는, 알카에다 혐의자들에 대한 미국의 체포•구금, 특히 고문에 대해 비판적이다. ‘물고문을 (버젓이) 자행하는 미국’에 대한 매케인 상원의원의 신랄한 비판.

“국가로서 저희 정체성과 우리의 신념이 염려됩니다. 미국은 언제나 타국에 모범 및 선도를 보여줬는데 우리가 고문을 자행하고 자국의 이미지를 깎거나 심지어 훼손시키는 짓을 저질러 적에게 동기를 주면 미래에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갈등 상황에서 테러 단체가 아닌 우리의 적이 미국인을 잡아간다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했던 짓을 작들도 해도 된다고 여기겠죠.”

(물론, 매케인의 이 주장은 ‘공개된’ 미국의 행태에 국한된 비판이다. CIA를 중심으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전세계 특히 제3세계를 대상으로 한 숱한 협잡과 공작, 전복은 ‘음지에서 행해진다는’ 이유로 여전히 ‘미국의 이익을 위해’ 진행형일 것이다. ‘고문을 자행하고 자국의 이미지를 깎거나 심지어 훼손시키는’ 미국의 ‘짓’이 비단 9.11 직후에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

9.11 테러 이튿날, 현장을 방문한 부시 당시 대통령. 다큐 '터닝포인트'는 이후 응징을 앞세운 탈법적인 부시 행정부의 대처를 비판한다.

“정부가 하려는 짓은 법의 테두리를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는 후세의 평가 속 부시 정부는 무단 수색 가능한 ‘애국자법’에 이어 “영장 없이 도청하는 프로그램”이라 칭하는 ‘스텔라 윈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한 관계자의 말 “미국가안전보장국(NSA)의 무시무시한 힘을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쓰겠다는 내용이었죠.”

아프간 침공은 성공적인 대테러작전으로 평가됐다. 전쟁 개시 이유도 충분했다. 실제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아프간 국외로 쫓아내는 성과도 거뒀다. 물론 이후 20년 간 엄청난 돈과 시설, 군인을 갈아 넣었지만 결국 다시 탈레반에 아프간 내주고 미국, 굴욕적인 철수를 최근 하긴 했지만.

다큐는 부시 행정부의 ‘느닷없는’ 이라크 침공을 비판한다. 아프간 성과에 고무된 부시가 숱한 반대에도 단행했다. ‘왜 이라크 침공을 했는지’ ‘쉽게 이길 거라는 오판 근거는 무엇인지’는 지금도 논란거리이다. ‘대량 살상무기가 있다’는 구실은 거짓말로 드러나 지금도 조롱거리. 내친김에 독재자라 불리는 후세인을 쳐내고 중동 지배권을 확보하겠다는 속내, 그래서 석유를 확보하겠다는 숨은 목적 때문이었을 거라는 추론도 강하게 제기되긴 한다.

‘나쁜 전쟁’ 둘을 동시 수행하면서 부시 행정부, 아프간을 버려두고 이라크전에 집중하면서 탈레반이 다시 세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 그간 이룬 대테러 성과를 와해시키는, 미국 외교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실책 중 하나라고 다큐는 관계자 말을 빌어 전한다.

전쟁 개시 직후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했지만, 부시 장담과 달리 이후 계속된 이라크 내 전쟁에서 미군 4,400명과 민간인 약 20만 명이 사망했고 미국은 패퇴했다. 지도자 잃은 이라크는 이라크대로 나라 꼴 엉망되고.

다큐 '터닝포인트'는 굳이 분류하자면 아프간 전쟁은 '좋은 전쟁', 이라크전은 '나쁜 전쟁'이라고 관계자 말 빌어 전한다. 왜? 이라크 침공은 지금도 논란거리.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두고 ‘한국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일부 나왔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이 다큐 볼 것 권장. 특히 제4화. 아프간 정부가 얼마나 부패했고, 아프간 군인•경찰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오죽하면 아프간 정부를 약어로 VICE(Vertically Integrated Criminal Enterprise. 수직으로 통합된 범죄조직)라 불렀을까. 자위하지 않는 나라를 지켜줄 강대국 없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궤멸한 것. 아프간 정부는 ‘뇌암 같은’ 도둑 정치를 하고, 검문소 경비는 헤로인에 취해 서있지도 못하고, 군인•경찰들은 예쁘장한 미성년 납치해 성노예로 부려먹고… 열거되는 사실들. 미군 철수를 우려하는 시각은 대한민국 정부를, 군대를 폄훼하는 것. 아니면 정치적 목적 가진 선동이든지.)

제5화 ‘제국의 무덤’을 남겨두고 있다. ‘아프간 20년’을 다룰 예정. 미국이 당한 테러, 그를 둘러싼 미국 내 분위기, 신보수주의자들의 막가파식 테러 응징 대책들, 전장에 투입된 미군들의 무기력, “전술만 있지 전략이 없다”는 군 장성들 판단, 빈 라덴이 사살된 당일 환호하는 미국민들의 모습을 다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불타는 무역센터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람들 모습…

그래도 증언하는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 9.11 테러로 죽은 사람들, 아프간에서 죽은 사람들, 이라크에서 죽은 사람들 그들 얘기를 우리는 들을 수 없다. 다큐 보는 내내 그런 생각도.

지금 ‘그라운드 제로’라 불리는 옛 무역센터 자리는 추모 기념관으로 조성됐다. 희생자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적힌 추모비 앞에 선 사람들 죽음보다 무거운 침묵으로 조의를 표하고 있더라. 참혹한 기억이다. 6일 뒤면 9.11 그날이다.

국제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인공폭포 형태의 조형물.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폭포수는 유가족들의 눈물을 의미한다고.

<14:52.0905.해.202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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