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가 슬픈 아마존프라임 뱀파이어 영화 ‘블랙 애즈 나이트(Black as Night)’
카트리나 대홍수 이후 ‘현실’ 풍자…악당 뱀파이어 처단 10대들 얘기
뉴올리언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도시이다. 아무 데나 술이 있고, 어느 곳이나 재즈가 있다. 흑인 소울에 넋을 잃었던 그 때 기억, 다음을 기약했지만 20년 넘게 못 가보고 있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 누군가는 ‘가장 저 평가된 도시’라 부르는 황홀한 처연함 가득한 그곳.
아마존 프라임에서 볼 수 있는 ‘블랙 애즈 나이트’(Black as Night)는 카트리나 대홍수가 휩쓸고 간 뒤 15년 지난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다. 뱀파이어 얘기다. 대홍수 이후에도 ‘여전히’ 못 사는 흑인들, 마약에 젖어 사는 노숙자들을 자양분으로 세력을 키우는 악당 뱀파이어를 10대 청소년들이 처단한다는 내용.
주인공 쇼나(Asjha Cooper)는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직후 태어난 15세 소녀. 엄마는 마약 중독자로 철거 예정인 ‘옴부르’라는 재개발 주택단지에 산다. 여기 사는 사람들 쫓겨나지 않으려 재개발을 반대하고, 이처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 더욱 커진 격차를 이용해 뱀파이어들이 기생한다.
절친 페드로(Fabrizio Zacharee Guido)와 파티에 다녀오다 홈리스 뱀파이어 습격을 받아 물린 소냐는 그러나 ‘죽지 않았기 때문에’ 뱀파이어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뱀파이어가 된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 뱀파이어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간다. 이에 힘을 합치는 친구들, 페드로와 크리스(Mason Beauchamp)와 그리고 유일한 백인 그라냐(Abbie Gayle) 등. 결국 수 세기 동안 암약하며 세력을 키운 두목 뱀파이어와 일전, 결국 그들을 물리치고 뉴올리언스의 평화를 지킨다…
두목 뱀파이어 이름은 바비노. 노예를 400여 명이나 거느린 뉴올리언스 최대 악덕 농장주에 학대받다 뱀파이어가 된 바비노가 농장주 일가를 몰살하고 수 세기 동안 그 집에서 어둠을 지배해왔다. 마약중독자, 홈리스 등 ‘없는 자’들을 규합해 뱀파이어로 만들고 군대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뱀파이어 영화이자 하이틴물인 이 영화는 카트리나 대홍수 이후에도 여전한 뉴올리언스의 슬픈 현실을 차용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격차는 더욱 커졌고, 이를 자양분으로 전복을 꿈꾸는 악의 세력이 힘을 키운다. ‘이젠 행동할 때’라는 허울 좋은 슬로건을 던져놓고, 힘 없는 자 약한 자 천대받는 자들을 제 목적 위한 수단으로 꾸겨 넣는다.
그런 자양분을 제공한 게 또한 현실 시스템. 이런 대사는 아프다. “수세기 동안 지켜봐 왔어. 쇠사슬, 버스 뒷좌석, 이젠 집까지 뺏으려 한다.” 비루한 흑인들의 현실이, 현재 와서도 노예였을 때와 따른 게 무어냐는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메시지.
‘백인’인데 ‘흑인’ 주인공들을 도와 바비노 일당을 처단하는 데 동참했던 그라냐가 마지막 뱀파이어 두목 잡으러 가는데 빠지는 장면도 의미있게 봤다. 구호는 선연하지만, 막상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의기를 접는 행위. 그게 ‘백인’이라서 개인적으로 더 의미 부여를 했는지도.
등장인물 대부분 흑인 배우이고 남미계가 하나.(텍사스 백인들이 두려워 남들 다 간다는 좋은 학교 안 가려는 멕시코계) 그리고 막판 몸 빼는 백인 그라냐 역할은 애비 게일이 맡았다. 톰 크루즈 주연 2016년작 ‘잭 리처: 네버 고 백’(Jack Reacher: Never Go Back, 2016)에 출연했다는데, 잘 모르겠다.
이 영화 ‘블랙 애즈 나이트’ 그렇게 재밌지는 않다. 장르도 혼종. 보고 나서 알았다, IMDb 평점 2.9. 어쩐지.
감독 마리트 리 고(Maritte Lee Go). 셔먼 페인(Sherman Payne). 2021년 아마존 프라임 10월 1일 공개.
*블랙 애즈 나이트 예고편. https://youtu.be/iuXnGbxTxDE
#사족1: 바비노는 말한다. “나는 그에게 불멸이 될 기회를 줬어. 그건 큰 선물이지.” 그게 과연 선물일까. 뱀파이어 영화를 보면 늘 드는 생각.
#사족2. 이런 숫자들 등장. 1859 1968 1992 2020. 각각 그 해 어떤 ‘사건’들이 있었던 걸까.
#사족3. 미루다 미루다 결국 썼다. 이걸 본 게 작년 10월. 해가 바뀌었다.
<08:15.0205.흙.2022.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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