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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엘라] '예쁜' 빌런, 라라랜드는 잊어라

by 리뷰영 2021. 6. 1.

[크루엘라] '예쁜' 빌런, 라라랜드는 잊어라

엠마 Vs. 엠마 ‘스톤이 빛났다’…133분 종횡무진 매력 발산

크루엘라, 엠마 스톤 앞세운 디즈니 실사의 또다른 안착.

종횡무진 ‘엠마 스톤’(Emma Stone)의 매력을 맘껏 끌어낸 영화가 나왔다. 같은 이름(first name)의 대배우 엠마 톰슨(Emma Thompson)의 호연에 기대, 이 재기발랄한 여배우는 우화 속 빌런 역을 그 이상으로 소화해낸다. 게다가 ‘예쁘다’.

 

‘크루엘라’(Cruella De vil)에서 주인공 ‘크루엘라’ 역을 맡은 스톤에 대해 사람들 호평 일색이다. ‘라라랜드 그녀는 잊어라’ ‘저렇게 예쁜 빌런이라니’ ‘크루엘라의 재해석’ ‘가장 잘 만든 디즈니 실사영화’ 이런 평가들이 대부분. ‘눈(eye)이 얼굴의 절반’ ‘게다가 키도 크대’ 이런 외모 품평도 빠지지 않는다.

 

*크루엘라 예고편 https://youtu.be/gmRKv7n2If8

 

알려진대로 이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의 빌런(악당) 크루엘라를 따로 빼내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이 영화를 애니로든, 실사로든 제대로 안 봤으니 그녀가 어떻게 묘사됐는지는 유튜브를 참조했다.) 달마시안들 가죽 벗겨 옷을 만들겠다는 잔혹한 디자이너를 이렇게 ‘예쁘게’ 묘사해놓으면 어쩔, 그런 생각을 했다. 원작 크루엘라와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

 

이 영화, 반전 덩어리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 얼개를 그대로 가져간 전반부가 끝나면 본격적인 반전의 시작. 그랬대? 했더니 뒤이어 ‘저렇네’ 하더니 마지막 ‘그랬던 거야?!!!’ 큰 거 한방 던져준다. 왜 ‘착한’ 에스텔라가, ‘나쁜’ 크루엘라가 되는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공감대도 증폭되고, 결말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따로 빼내니 세 사람, 이렇게 입체적이다. 전방위 활약. 물론 달마시안, 너희들도.

반백반흑 머리로 태어난 에스텔라, 못된(이라고 쓰고 당찬)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해 (초등)학교에서 쫓겨나 엄마랑 런던으로 온다. 도움을 청하던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 패션쇼 한창인 대저택(Hellman Hall)을 도망친 그녀는 ‘어린 갱단’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만난다. 어른이 된 에스텔라, 천재적인 의상 디자인 감각을 유감없이 뽐내며 소매치기로 승승장구, 그러면서 런던 최고급 백화점 ‘리버티’ 입사를 꿈꾼다. ‘엔트리-레벨 직원’(!)으로 꿈을 이룬 그녀는 거기서 당대 최고 의류 디자이너인 남작부인 바로네스(엠마 톰슨)를 ‘운명처럼’ 만난다. 그 밑에서 일하던 에스텔라, 결국 크루엘라가 되면서 후반부 본격적인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출생의 비밀, 그리고 복수…

 

의상 디자이너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비주얼은 화려하다. 두 엠마가 경쟁하듯 입고 나오는 옷과 장신구들의 맵시는 어떤 건 기괴하지만 더 많은 것들이 현란하다. 디자인에 더한 색감과 재료들이 볼거리로 차고 넘친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도 쓰레기 더미 같은 헌 옷 무더기에서 우뚝 일어선 크루엘라가 득의만만한 웃음 가득 퇴장하는 씬, 광란의 분수대 앞 콘서트 형태 패션쇼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불길에 겉옷 사르고 마술처럼 빨강색 의상을 드러내는 크루엘라, 강렬하다. ‘The Furture’ 글자 인상적인 마스크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정형화된 것들, 익숙한 것들, 가진 것들에 대한 승화적 조롱.
세대가 세대를 잡아먹는다. 그렇게 거듭되는 진보. 

배경음악도 한껏 영화의 친밀도를 높인다. 들어보면 친숙한 노래들이 록, 재즈, 발라드 장르 불문 많이 나온다. 영화 OST 묶음도 제법 인기 있을 듯.(들어볼까)

 

주연급 조연인 동물들 CG가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 있는데 그게 크게 눈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가죽 벗긴 거?’ 잠깐 긴장하다 숨 돌리는 장면도 영화에 담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분수도 궁금했다. 영화에서 7번? 8번 등장한다. 이곳에서 에스텔라는 죽은 엄마와 대화한다. ‘착한 딸’이 되겠다는 약속은 그러나 남작부인의 비밀을 알면서 산산이 부서진다. ‘크루엘라로 살 것’을 다짐하는 독한 방백, 그녀는 그렇게 분수를 떠난다. 여기, 그리니치 대학교 내 ‘킹 윌리엄 코트 분수’(King William Court Fountain)란다.(영화, 어디에서 찍었나?)

 

2시간 넘는(133분) 영화는 마지막 예고된 결론으로 질주한다. 작은 천재가 큰 천재를 무너뜨리는 쾌감은 약자를 옹호하는 인간 본성을 자극할 때 더 크다. 그것이 빌런의 탄생이라 반길 일인가 싶지만, 그게 엠마 톰슨이라는 데야.

 

결국 크루엘라는 스스로 ‘데빌’(Devil)이 된다. 성 ‘De Ville’을 ‘De Vil’로 해 ‘Devil’을 차용한 것. 온전하게 그녀는 “Cruella De Vil”로 자신을 재정의한다.

 

영화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대저택 입구에 걸린 ‘Hellman Hall’에서 크루엘라가 ‘man’을 떼어내는 것도 본격 활약을 위한 같은 맥락의 은유. 이로써 그녀(Devil)가 사는 집은 ‘Hell Hall’이 된다.

영화의 끝, ‘크루엘라 송’(101 Dalmatians/Cruella De Vil Song)이 흐른다. 애니에서도 등장한 노래.(https://youtu.be/fXTQWVqBDWY) 그리고 마지막 여운과도 같은 천둥번개. 어쩌면 이 영화 다음 편으로 이어지겠다, 싶다. 1화로 끝나기엔 흥행 성적도 그렇고, 뭣보다 크루엘라(엠마 스톤)를 이렇게 써먹고 말기엔 넘 아깝다.

 

한가지. 엔딩 타이틀, 엠마 ‘스톤’이 ‘톰슨’보다 먼저 나온다. 완연한 세대교체.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Craig Gillespie). 피겨선수 토냐 하딩 얘기를 다룬 아이, 토냐(I, Tonya, 2017) 연출. ‘킹스맨’의 그 남자 마크 스트롱(Mark Strong)도 한 역할 한다.

마크 스트롱, 이 아저씨.
크루엘라 촬영현자의 크레이그 질레스피(Craig Gillespie) 감독.

<19:05.053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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