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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크] “I can sleep, I can sleep”

by 리뷰영 2021. 6. 16.

[어웨이크] “I can sleep, I can sleep”

잠 못자는 세상, 그로인한 파국…’잠이 구원’인 넷플릭스 영화

 

‘추천’이라는 거, 지극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다. 이에 힘입어 ‘많이 본 콘텐츠’에도 오르니, 상단에 뜬 해당 영화 보고 ‘나하곤 안 맞네’ 이런 생각 드는 영화가 특히 넷플릭스에 적지 않다. 지난주 본 ‘어웨이크’(Awake)란 영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엄청 몰입해서 쭉 빨려들듯이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제법 감칠 맛 나는 스릴과 긴장감을 97분 내내 유지해 중간 끊지 않고 다 볼 수 있었다.

 

*예고편 보기 https://youtu.be/2fuowcxdrYc

뭔가 번쩍하더니, 사람들이 잠을 못 자는 기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진다. 잠을 못 자니 사람들 미쳐버리고, 처음엔 광란의 파티 등 ‘불면의 밤’을 호기롭게 즐기다가 그것도 잠깐,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잠을 못 자니 사람들 돌아버리고 미쳐버린다. ‘치료방법’을 찾아보자며 정신과 박사(머피)가 군인들 비호 아래 ‘허브’를 두고 연구를 시작한다.

 

‘치료제’를 찾기 위한 연구대상은 유일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사람. 주인공 딸 역시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 아이를 둘러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간 대결구도가 영화 막판까지 유지된다. ‘절대악’은 없지만, 모두가 모두에게 ‘악’이 되는 아귀와 같은 세상. 사람들 이기심은 위기에서 극에 달하고, 자식들을 보호하려는 엄마(지나 로드리게스 분)의 투쟁도 끝이 없다…

 

영화의 본격 전개는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평온한 일상이 별안간 지옥이 돼버렸다.

잠을 못 자면 저렇게 되는구나, 배웠다. 영화의 친절한 설명. 사람이 48시간(이틀) 이상 잠을 못 자면 비판적 사고가 흐려지고, 96시간(4일)이면 환각 현상과 운동 장애가 생기고… 그 후 장기가 멈춘 다음 심장이 멎을 때까지 마비된 채로 뻗어있는다고. 졸리면 무조건 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 이기심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람들 모여 두려움에 떨며 예배 드리던 교회 모습이다. 아이가 ‘구원’일 수 있다는 누군가의 선동에 휩쓸려 결국 서로 죽이고, 죽는 비극이 잉태된다. ‘구원’을 믿는 사람들이 자기 죽는다니, 아이고 뭐고 희생양을 찾는다. 제대로 믿어야겠다.

 

‘중국’은 여기서도 공적이다. 사람들이 잠을 못 자 우왕좌왕하는 초기, 병원 의사의 이 대사. “중국이 한 짓이다. 자기들이 쌓아놓은 것을 다 무너뜨리기 위해 벌인 일” 뭐 이런 내용. 중국이 만능이냐? 뭔 일만 터졌다 하면 다 중국 탓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조바심이랄까, 트럼프도 그렇고 바이든도 그렇고 시절이 하 수상하다. 애꿎게 아시안들 피해만 점증하고 있다.

 

전기가 나가고 차들도 모두 서는 대혼란의 와중, ‘구식’ 배터리로 작동하는 차만 운행할 수 있다는 설정. 주인공도 그렇게 차를 마련해 ‘허브’를 찾아 나선다. 전자장치가 없는 차량이 없는 작금, 특히 테슬라는 이 판국에 무용지물이겠구나 어쩔 수 없이 그런 ‘걱정’도 했다.

 

Sleep is survivle.

 

그럼 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걸까. 영화는 그걸 설명하는 데 다소 불친절하다. 다만, 머피 박사의 입을 빌려 이렇게 설명한다. “무슨 태양 표면 폭발 같은 게 일어났었나봐. 그게 우리 전자기 흐름을 바꾸고 글림프계에 영향을 미쳐서 생체 시계를 어지럽힌 거지.” 그렇다니 그런 걸로. (글림프계는 또 뭐야, 찾아보니 ‘야간에 뇌를 세척하는’ 기능을 한단다.)

 

‘잠을 잘 수 있는’ 소녀가 영화 뒷부분에서 “I can sleep, I can sleep”을 외친다. 미국을 비롯, 전세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 Matter)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그는 9분 가까이 ‘숨을 못 쉬겠다’(I can’t breath)고 호소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 장면에서 그를 연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영화의 결말은? 가족에게는 해피엔딩인데, 모두가 그렇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익사 또는 제세박동기로 해피한 것은 아닐테니. 다만, 심폐소생술은 배워놔야겠다, 그런 생각은 들더라.

 

여주인공 엄마 역을 맡은 건 지나 로드리게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영화 2016년 작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다. 다작했지만, 보면 ‘아 저 배우’ 그냥 그 정도 알 듯. 시카고 태생이라니, 반갑다.

 

감독 마크 라소. 97분. 2021. 넷플릭스

 

문제 해결의 선봉은 늘 가족. 재난영화는 특히.
잘 수 있을 때, 자자.

 

<21:23.061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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