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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2 매버릭 후기 제니퍼 코넬리·발 킬머 ‘숨은 재미’

by 리뷰영 2022. 6. 21.

60세 톰 크루즈 36년 세월 무색... 공중전 만끽·일부 옥에 티


정말 100만 년 만의 극장 관람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안 열어서’ ‘무서워서’ 못 갔던 극장, ‘탑건; 매버릭’ 누군가 볼까, 해서 ‘그러자’ 하고 덜컥 갔다. 요즘 흥행 대박이라고 입소문 가득한 영화, 탑건 1편 재밌게 봤던 그 시대 아재로서,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결과는, 재밌었다. 마지막 공중 전투 장면 포함해 전체 상영시간 130분이 후딱 지나간다.

AMC 탑건: 매버릭 입간판
100만 년 만 찾은 영화관 AMC 상영관 앞 설치된 탑건: 매버릭 입간판. 기념촬영용이다.

이 영화, 1986년 1편 개봉 후 무려 36만에 공개된 후속편이다. 24살에 탑건 찍어 스타덤에 오른 톰 크루즈가 60세 여전한 스타로서 다시 선보인 작품이다. 물론 영화는 2019년 완성됐다. 개봉을 눈앞에 두고 이 영화 역시 코로나19 희생양이 됐다.

그동안 모두 네 차례 개봉을 연기하다 이번에 개봉했는데, 무수히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으로 빠진 영화와 달리 감독 고집으로 극장 개봉을 고집한 게 주효했다. 한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대박을 터뜨려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 세계 흥행 수익 6억 불을 예상한단다. 어마어마한 기대다.

지금 워낙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보지 않은 터라 영화 후기를 전하는 게 스포일러 땜 조심스럽다. 내용은 뻔하다. 아직도 현역에 있는 매버릭이 뭔가 사고를 치고 좌천되는데, 그게 그가 훈련 받았던 바로 그곳, ‘탑건’(TOP GUN)으로 가 교관으로 어린 학생들(36년 전 매버릭 나이 훈련생들)을 가르치라는 것. 그리고 ‘뭔 저런 노인네가…’ 치부했던 영건들, 그의 발군 실력을 보고 레전드로 존중하게 된다는 얘기. 그리고 함께 실제 적의 목표물을 궤멸하는 전투에 나가게 되기까지 얽히고설킨다는 이야기.

탑건 1을 보지 않아도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영화 시작 타이틀 올라가는데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를 발견하면서 당연 기대는 더 커졌다. 새로운 사랑(혹은 1편의 연장)인 제니퍼 코넬리 매력을 발견하는 것도 한 즐거움이다.

제니퍼 코넬리는 탑건 1편 여자 주인공 샬럿 ‘찰리’ 블랙우드(켈리 맥길리스)가 급격히 노화돼 대체된 인물이다. 같은 나이 톰 크루즈가 여전히 주인공으로 출연하는데, 1편의 그 매력적인 아가씨가 동반 출연 못하는 이유 때문에 여러 말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 선택된 인물이 페니 벤자민으로 나오는 코넬리.(이 배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에 나왔던 그 배우다. 훔쳐보는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한 표정으로 춤추던 그 아역 배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출연 제니퍼 코넬리
1984년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출연 당시 제니퍼 코넬리. 이 영화 안 봤으면 꼭 보자.

탑건 1편에서는 매버릭이 꼬셔서 전투기를 함께 탄 해군 제독의 딸로 나왔단다.(나무위키) 그냥 언급만 된 캐릭터였는데, 탑건: 매버릭에서는 술집 운영하는, 딸아이와 함께 사는 홀어머니로 나온다. 매버릭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페니 집에 있다가 딸에 들킨 매버릭 장면, 관객들 많이 웃었다. 이때 딸 말한다 “다시는 우리 엄마 아프게 하지 마세요.” 페니가 1편의 연장이라는 얘기.

탑건 1편 연상케 하는 탑건 2편 등장인물 구도


이렇듯 탑건: 매버릭은 1편과 유사한 얼개로 진행된다. 주요 등장인물 하나하나 매칭이 가능한 것도 이때문이다. 피트 ‘매버릭’ 미첼은 1편 대위였던 톰 크루즈가 대령이 돼 다시 맡았다. 이번 영화에서 ‘뒤로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오판이었다. 그냥 1편처럼 ‘톰 크루즈의 영화’다. 60세라고? 해변 영건들과 웃통 벗고 공싸움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깜놀이다.(가운데 이름은 콜사인. 동료들끼리 서로 그렇게 부르는 ‘애칭’ 혹은 ‘별칭’인 셈인데 각 이름마다 그 사람의 특성이 내재돼 있다.)

매버릭과 나이를 초월한 찐한 우정을 나누는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 대위 역은 마일즈 텔러가 맡았다. 1편 매버릭의 절친이지만 목숨을 잃은 닉 ‘구스’ 브래드쇼(안소니 애드워즈)의 아들이다. 이 영화에서 구스 아내로 1편에 출연했던 ‘맥 라이언’ 모습도 잠깐 회상 신에서 등장한다.

제이크 ‘행맨’ 세라신 대위(글렌 파월)는 1편 톰 ‘아이스맨’ 카친스키(발 킬머)를 연상케 한다. 루스터와 대립각 세우지만, 끝내 화합하는 인물로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제 역할을 잘 해냈다. 발 킬머 등장도 반갑다. 병들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인물이지만, 해군 최고위직까지 올라 매버릭과 재회한다. 두 사람 뜨거운 포옹, 1편을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루스터는 구스를, 행맨은 아이스맨을, 페니는 찰리를 떠올리게 하는 구도.

여기에 나타샤 ‘피닉스’ 트레이스 대위(모니카 바바로) 등 영건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 배우, 나름 여장부 역할을 하지만 ‘남자들’ 틈에서 그냥 소수자다. 또 다른 동양(?) 여배우도 훈련생으로 등장하는데 역시 동양 남자 배우 훈련생과 함께 존재감 없다.

역시 탑건 영화의 정수는 공중전이다. 이 영화도 이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모의 실험에 참여하는 훈련생들과 이를 보란 듯이 시간 내 성공해내는 매버릭의 조종술. 그리고 영화 막판 30분 가까이 되는 적과의 항공전. 서로 꼬리를 물어 적을 타격하려는 공중전 속성상 뒤를 내주지 않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펼쳐진다.(이런 모양새 때문에 항공전을 ‘도그파이트’(Dogfight)라고 한다.) 제리 브룩하이머의 강점.(미안, 조셉 코신스키 감독)

이 영화가 그러나 모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1편도 ‘미국 국뽕’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너무 뻔하지 않아 감동만 남았던 기억. 이 영화, 분명히 한계는 있다. ‘천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봤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는 생각.

일단 1편의 성공에 너무 안주했다는 점 때문이다. 웃통 벗고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숫컷’들의 모습, 비록 여성 2명 포함됐다지만, 그 자체 1편의 재탕이다. 친구 아들(루스터)과의 브로맨스도 좀 오글거린다. 아니, 많이.

매버릭을 불사신(!)처럼 그린 것도 현실감 떨어진다.(공중전의 리얼리티에 비하면 특히 이 부분은 이 영화의 취약점) 두 번이나 공중에서 추락하고도, 그 중 한편은 적의 미사일 로켓을 맞았음에도 부상 하나 없이 멀쩡히 살아남는 톰 크루즈 모습은 그냥 이 영화가 ‘영웅담’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증했다. 역시 루스터도 마찬가지. 얘네들, 격추되고도 완전 멀쩡하다!!!

평점은 좋다. 6월 22일 7시 41분 현재 IMDb 8.6/10, 메티크리틱(Metacritic) 78%, 그 혹독하다는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도 무려 97%. 구글 사용자의 96%가 ‘좋아한다’고 눌렀다.

그 유명한 주제음악 ‘데인저 존’(Danger Zone)도 ‘탑건: 매버릭’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이 또한 1편과 연결되는 지점 중 하나. 탑건 1편 오리지널 OST로 들어보자.

그나저나 3년 만에 가 본 동네 AMC, 화면 정말 크더라. 무엇보다 리클라이너, 의자 길게 펴 누워 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강점. 재미없는 영화면 바로 잘 자세. 같이 간 여성 동지들 이 영화 보면서도 중간 자더라는 건 안비밀.

*덧말 1. 이 영화 쿠키 없다. 남들 다 쓰길래.
*덧말 2. 덧말. 톰 크루즈 방한했다. 4년 만인데, 이번이 10번째라고. 손가락 하트 귀여운 톰 아저씨.
*덧말 3. 탑건 3편 얘기는 아직 없다. 대신 미션 임파서블 최신작(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내년 개봉 예정이다. 2개로 찍어 ‘파트 원’인가. 예고편, 기대 만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영화관을 가봤다. 햇수로 3년 만이다.
온라인 예매 후 현장 발권. 성인 4명 56.52불. AMC 호튼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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