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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책 빌려볼까' 좌충우돌 미국 도서관 카드 만들기

by 리뷰영 2021. 11. 10.

미국에 와 어쩌다 보니 ‘도서관 등록’(해서 ‘라이브러리 카드를 갖는 게) 버킷리스트 아닌 버킷리스트가 돼버렸다. 오자마자 살던 곳이 ‘언인코퍼레이티드 에어리어’(unincorporated area. ‘직할지’ 또는 ‘비법인지구’로 해석. 특정 시티나 타운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지역사회)라서 동네 도서관 등록도, 카드 발급도 할 수가 없었다. 주민이면 공짜로 만들어주는 거, 따로 100불인가를 내면 준다는데, 뭐 그렇게까지 만들까 싶었다. 실제 동네 도서관 가서 ‘안된다’는 답을 듣고 발걸음 돌리기도 했다.<관련 글. 시카고에서 OO하기 14-열네번째. 공공도서관 Public Library 회원 가입하기 https://brunch.co.kr/@yjpak1/17 >

이사를 와서 ‘이번엔 꼭 만들자’ 그렇게 다짐했다. 이 지역에 ‘당당히’ 세금 내니 그 정도 권리는 확보했다. 뭐 그리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아니면서, 도서관 여러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것도 아니면서, ‘꼭 만들자’ 아집처럼 다짐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이사 오자마자 첫 불청객이 코로나19였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도서관 등록, 혹은 도서관 카드 발급도 물론 타의 100%로 올스톱. 도서관 문을 닫으니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스타벅스에서, 도서관에서 하던 ‘김익현 놀이’(카페나 도서관에서 노트북 켜놓고 혼자 일하는 것. 우리끼리 얘기.^^)가 그리울 때쯤, 도서관이 재오픈했고, ‘이번엔 가자’ 다짐하고 벼르다 지난주 결국 실행에 옮겼다. 다음은 그렇게 시작한 도서관 카드 발급 체험담. 이게 그냥 쉽지 않았다. 체험담이라고 쓰고 ‘고군분투기’라고 읽는 이유다. 쉽게 말해 뺑뺑이, 그래도 결과는 성공. 그 얘기.


카드 만들자,며 처음 방문한 곳이 프리몬트 공립 도서관(Fremont Public Library)이다. 구글에서 ‘먼덜라인 라이브러리’를 검색하면 최상단에 뜬다. 주소(1170 N Midlothian Rd, Mundelein)도 먼덜라인이고, 당연히 여기가 내 ‘나와바리’ 도서관이겠거니 아무 생각 없이 갔다.

노스브룩 쪽 살 때 글렌뷰 도서관, 노스브룩 도서관 왕왕 이용했던 입장에서, 여기 생각만큼 좋진 않았다. 깨끗하고 정숙했지만, 앞 두 도서관만큼 ‘럭셔리’하진 않았다. 그냥 ‘소박하다’ 그런 느낌. 규모도 그렇고, 소장 도서도 그렇고, 전체적인 느낌이 그랬다. 그래도 ‘우리 동네 도서관’이라 생각하니 정겨웠다.

당당하게 ‘도서관 카드 만들러 왔다’고 신분증 제출. 젊은 여자분, 기세 좋게 주소를 확인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하는 말. “여기서 만드는 게 아닌데요.”

도서관 주소가 먼덜라인이라고 먼덜라인 주민 여기서 도서관 카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다. 먼덜라인 우리 관할 도서관은 다른 곳이었다. 친절한 이 분, ‘여기로 가시라’며 알려줬다. 쿡 메모리얼 퍼블릭 도서관(Cook Memorial Public Library District).

근데, 여기 주소지(413 N Milwaukee Ave, Libertyville)는 리버티빌이다. 우리 옆동네. 우편번호(zip code)도 60048로, 60060인 우리 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근데, 여기란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서늘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다시 차를 몰아 도착한 ‘쿡 도서관’. 들어서 안내데스크 쪽으로 쭈뼛 가 안내를 맡은 할머니 한 분에게 ‘먼덜라인 사는 우리, 여기서 도서관 카드 만들 수 있느냐?’ 물었다. 할머니 뚱한 표정. ‘먼덜라인 사는데 왜 여기서?’ 이런 표정. 그리고 "안될 것"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응대. 그래도 본인 못 미더우셨는지, 반대편 창구를 안내하며 거기서 물어보란다.

다시 그쪽으로 가 직원과 마주했다. 또 반복. ‘우리 도서관 카드 만들려고 왔다, 그런데… 불라불라’. 신분증 달라고 해서 집문서(운전면허증 주소를 아직 못 바꿔 이걸로 대신)와 함께 안쪽으로 들이밀었다. 자판 두드리더니 이 분, “여기가 맞다” 비로소 확인해준다. 리버티빌 소재 도서관이 먼덜라인 사는 주민의 ‘홈 도서관’(Home Library)인 이 웃지 못할 상황.

우리같은 사람 또 있나 보다. 저쪽에 들렀다 왔다고 하니, “한 번에 여기로 찾아오면 ‘지니어스한 것’”이라고 말한다.

카드 발급 신청서에 이것저것 적어 다시 돌려줬다. 한국이름 어려우니, ‘뭐냐’ 되묻는 건 당연. 그밖에 소소하게 뭐 물었던 거 같은데, 뭘 대답했는지는 까먹었다.(그나저나 카드 발급하고 집에 와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이름이 엉뚱하게 적혀있었다. Park, Yeompsoo. 누구냐, 너.)

‘Park’이 무려 3개.^^


뭐, 얼마나 책을 빌리겠느냐마는 혹시 하고 궁금한 거 물어봤다. “이 카드로 다른 도서관 이용할 수 있느냐?” (먼덜라인 도서관 말고 ‘훨씬 시설 좋은’ 버논힐 도서관(Vernon Area Public Library)에 한국 책 등 더 많은 자료가 있다는 얘기를 이미 전해 들은 터였다. 주로 이용할 곳은 ‘집에서 더 가까운’ 버논힐 도서관이고, 그래서 여기 등록도 필요했다.)

“이용하려는 도서관에 등록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 간 프리몬트 도서관 직원도 그랬다. “먼저 거기(쿡 도서관) 가서 카드를 발급받은 후 여기서 등록하면 된다”는 같은 조언. 이날 일사천리, 다 처리하고 싶었지만, 뺑뺑이 돈 탓 버논힐 도서관 등록은 다음으로 미뤘다.

드디어 손에 쥔 도서관 카드. 더 예쁜 게 있던데 그건 애들용이란다. 갖고 싶었는데…


‘홈 도서관’인 쿡 도서관까지는 10여 분 걸린다. 멀지 않은 거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맘 동할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뜻밖의 수확. 쿡 도서관 관할로 일종의 지점 성격 도서관이 바로 우리 동네에 있었다. 차 타고 3~4분 거리 애스펀 드라이브 도서관(Aspen Drive Library). 카드 발급해준 아줌마 이 도서관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는데,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정말 ‘영문’을 몰랐다)

나중 보니, 주소지 먼덜라인인 걸 보시고 멀리 오지 말고 집 가까운데 여기 도서관을 이용해라, 그런 말이었다. 집 오는 길, 그래서 가봤다. 궁금한 거 못 참는 성격이라. 세금 많이 걷어 ‘교육’에 많이 투자하는 미국답게 동네 도서관 하나를 지어도 허투루 짓지 않는다. 이름에 ‘드라이브’ 있어서 그냥 ‘책이나 반납하는 곳’ 정도로 여겼는데, 번듯한 도서관이 정말 우리 동네에 있었다. 몰랐다.


평일은 밤 9시까지, 일요일도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팬데믹 좀 더 가시면, 아무래도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애스펀 아니면 버논힐 도서관. 스벅에서도 그렇고, 도서관 햇볕 잘 드는 통창 옆에서 커피 마시며 우아하게 ‘김익현 놀이’ 할 그날 어서 왔으면 좋겠다.

말만 많이 들었지, 사진으로만 본 버논힐 도서관 여기도 곧 가봐야겠다. 가서 당당하게 쿡 도서관 카드 내밀고 ‘등록해달라’ 요구해야겠다. 이렇게 미국 생활 새로운 막이 시작된다. 이번엔 ‘든사람’ 되기 위한 행보다.

‘쿡 도서관’ 1921년 설립됐다. 무려 100년 역사.


<10:13.1109.불.202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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