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영화 D.P. 결말•한호열(구교환) 누구?
넷플릭스 한국영화 D.P.를 ‘결국’ 다 봤다. 정말 오랜만 시리즈물 몰아서 봤다. 페이스북에서 아는 페친들 모두 한 마디씩 하는데, 안 볼 수가 없었다. 군대 다녀온 입장에서 ‘가장 정직한 군대 묘사’라는데, 어떻길래, 호기심도 생겼다. 보고, 깜짝 놀랐다.
알다시피 대한민국 남자들한테 군대는 통과의례다. 이 시리즈물 매 화 첫 화면에 등장하지만, 입대는 한국 남성의 의무다. 자격이 되면,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정기간, 자유를 내주고, 억압을 강제받는다. 상명하복, 계급이 있고, 그 계급 안에서 폭력과 폭언이 횡행한다. 안 하고 싶다고, 억울하다고 그만둘 수 없는 게 군대. 하나 건지지기도 힘든 좋은 기억보다 그래서 널린 게 ‘나쁜’ 기억이다. 제대 후 다시 입대하는 악몽 대부분 경험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
이 시리즈물 D.P.가 놀라운 지점은 한국 군대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치는 복무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드라마 개봉 후 심기 불편해진 국방부에서도 “2000년 시절 있을 법한 얘기, 드라마 배경이 되는 2014년은 그런 거 없다”라고 반박했다던데, 뭐 맞을 수도 아닐 수도.
기존 한국 군대를 묘사한 건 대부분 ‘낭만’적이고, 로맨스 가득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우리 송중기 형아랑 송혜교 언니 나왔던 그 드라마, 제목이 뭐더라, 여하튼 와인 한 병 따면서도 ‘마시고 싶었나 봐요’ 하면서 키스하는 그런 류 드라마들. 머플러 날린다고 멋지게 집어 들어 전달하고. 음.
이처럼 디소 적나라한 한국 군대의 사실적 묘사가 넷플릭스라는 거대 해외 유통 플랫폼을 타 공개됐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 ‘정말 한국 군대가 저래?’ 해외에서 이런 반응들 있다고 하니, 그들 눈에 비쳤을 한국 군대의 ‘실상’이 어떤 충격으로 다가왔을 지도 미뤄 짐작은 된다.
그만큼 영화 ‘리얼리티’를 담았다.
개인적으로 서울 올림픽 전후해 군 복무하고 남은 건 구타로 대변되는 ‘나쁜’ 기억뿐이다. 정말 많이 맞았고, 그 내용을 열거하자면 책 한 권으로 부족하다. 창고에서, 해변에서, 근무지에서 정말 세상 고약한 폭력을 때때로 떼로 당했다. ‘저렇게 맞아도 안 죽는구나’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그런 생각을 한 적도 많았다.
영화에서도 나온다. 탈영한 석봉(조현철)이 묻는다. “그때 제게 왜 그러셨어요?” 제대한 장수(신승훈)는 대답한다. “그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정말, 고참들 그러더라. “그땐 다 그랬어.” 그런 고참들하고 제대해 한때 연락하며 살았다는 역설은 비밀.
모두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드라마 D.P.의 제목 풀이. ‘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군무이탈 체포 전담조’란다.(Deserter 발음 [dɪ│zɜːrtə(r)] 이렇다. 쉽지 않다) 쉽게 말해 탈영한 애들 잡아들이는 헌병. 개그맨 윤형빈이 DP 출신이라는 거 최근 기사 보고 알았다. 내 주변엔 없어 친숙하진 않은 단어.
드라마 시대적 배경은 2014년 박근혜 때. D.P.로 차출된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은 짝을 이뤄 탈영한 군인들을 잡으러 다닌다. 탈영한 사람들 사연도 각양각색. 역시 뭣보다 군대 내 폭력을 견디지 못해 군대 담을 넘는 사연들이 많다. 주인공 둘 다 인간미 가득한 설정. 때로 잡았던 탈영병도 놔주고, 탈영한 이유를 공감하며, 이들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려 동분서주한다.
이 와중에 군대 내 고참과 쫄따구 간 ‘나쁜’ 사례들도 열거되고, 헌병대장을 대표하는 군대 내 간부들의 이기적인 모습, 탈영한 자식을 품는 부모의 심정, 준호 자신 가족 간 갈등과 화해 이런 것들을 담았다.
이 드라마, 촘촘하고 꼼꼼하다. 극 전개 몰입감이 말 그대로 쩐다. 1화를 보면 6화까지 그대로 정주행 불가피. 등장인물 연기도 탁월하다. 그냥 배역에 녹아난 느낌? 준호와 호열, 박 중사(김성균) 세 사람은 물론, ‘말년병장’ 장수(신승호)와 극 5, 6화를 이끌어가는 석봉(조현철)에 몰입했다. 특히 석봉, 장수 응징하고 계단 내려오는 장면의 미친 연기.
등장인물 얘기하자면, ‘호랑이 열정’ 호열 역할 맡은 구교환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배우, 누구지? 했다. 보면, 낯익은데 그래도 ‘어디서 봤더라’ 하는 정도. 근데, 이 시리즈물 ‘재미’를 보장하는 그의 연기와 특히 그 목소리 톤이 매우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망한 영화 ‘반도’의 빌런 ‘서 대위’ 역할을 기막히게 소화해 대중의 눈도장 찍었단다. 최근 히트작 ‘모가디슈’에도 나왔고, ‘킹덤: 아신전’에도. 그러고 보니, 그런 듯.
‘악질 병장’ 황장수 병장 역의 신승호, 이 배우도 눈여겨볼 만. 섬뜩한 연기에도 불구, 군대 미필자라는 점이 더 화제가 된 인물.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 이 배우는 ‘밥 잘 사 주는 누나’에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 좋은 얼굴하고 있다가 표정 돌변하면 눈빛 연기가 일품이라던데, 이 드라마에서 그 매력은 조금 찾기 힘들다. 객체(탈영병)에 초점 맞추다 보니 정작 주체(정해인)에 관심 덜 두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
박 중사로 나온 김성균. 뭐 이 분 연기야 더 이상 논한다는 게 무의미. 그냥 ‘딱 박 중사’ 그 느낌. 조현철(석봉) 이 분도 낯은 익은데, 대표작품이 쉽게 안 떠오르긴 했다. 연기, 빛나더라.
이 시리즈물 모든 설정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자대배치 받자마자 DP로 차출되는 준호, 첫 임무에서 ‘술 처먹다’ 잡으러 간 탈영병이 자살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아 하는 사수(고경표)를 죽지 않을 만큼 팬다. 근데, 영창도 안 가고 다시 업무 복귀. 이 정도면 군사재판 감 아닌가.
잡혀온 탈영병은 어떻게 되나. 소위 말해 ‘빨간 줄 가서’ 평생 흔적이 남는 건가. 누가 묻던데, 나도 몰라 답 못했다. 외출 나갔다가 함께 동행한 고참, 군기교육대에 잡혀 일주일인가 ‘정신교육’ 받으러 다녀온 기억은 있다. 다녀오더니, 눈빛 변했더라. 살벌하게.
이 시리즈물 마지막 화(제6화) 제목이 ‘방관자들’이다. 어쩌면 작가가, 감독이, 이 시리즈물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 “그때 너는, 당신들은 뭐했냐?” 탈영병 입을 빌어, 탈영 후 자살한 이의 가족 입을 빌어 이 드라마는 왕왕 이걸 묻는다. 군대 뿐이랴.
영화 마지막 장면. 남들 다 오른쪽으로 가는데, 홀로 준호만 왼쪽으로 간다. 걷다 달려간다. 이 또한 명령 불복종. 근데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더 이상 군대 내 부조리에 순응하지 않고, 신념대로 행동하겠다는 그의 결심을 보여주는 장치? 군대 바뀔 거란 암시?
그리고 여지없이 등장하는 쿠키. 제6화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엔딩 자막 올라가다 추가 영상이 나온다. “이걸 안 보면 이 드라마의 50%를 놓치는 것”이란 게 어느 페친의 촌평. 100% 공감. 전체가 하나를 방관할 때 결국 전체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거. 우리 시절의 군대가 이렇게 엉망이었다.
“6.25 때 사용하던 수통도 안 바뀌는데 군대가 바뀌겠냐.” 석봉의 말이다. “뭐라도 해야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두 사람의 이 대사도 ‘변화를 위한 절규’로 들렸다.
‘요즘 군대는 이렇지 않다’는 게 국방부 강변이다. 믿고 싶다. 요즘도 이렇다면 이거야말로 ‘당나라 군대’. 제도가 폭력을 거세하는 ‘선진 대한민국 군대’이길 바란다. 그래야 11월 입대하는 우리 조카 걱정 안 하지.
+사족1. 호빠 위장취업하면서 준호의 첫 말. “안녕하세요, 준이예요.” 빵 터졌다.
+사족2. 제1화에서 탈영병과 준호가 조우하는 빗 속 장면.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하는 그 씬, 간판이 ‘시카고 갤러리’다. 디피에서 시카고를 만날 줄이야.
+사족3. 몬티홀 문제, 이거 나 끝내 이해 못했다.
+사족4. 모든 게 해결(!)되고 화면 바뀌었을 때 뜨는 숫자. D-514. 난 이게 젤 공포. 저 개지X 다 떨고도 아직 제대 500일 넘게 남았다. 국방부 시계 역시 안 돌아간다.
+사족5. 등장인물 중 여성은 둘. 제3화 ‘그 여자’ 편에 나온 배우 원지안, 눈길.
+사족6. 시즌2 누군 나온다고 하고 누군 ‘아직’이라 얘기하고. 넷플릭스 이만한 성공이면 ‘만든다’에 한 표.
+사족7. 개인적으로 킹덤 이후 최고의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인 듯.
+사족8. 글구 이 드라마 넷플렉스 미국 인스타그램(@netflix)엔 없다. 한국 인스타그램(@netflixkr)에만 있다.(9.4.11:18 현재)
+사족8. 근데 석봉이, 죽은 거?
감독 한준희. 김혜수 김고은 나온 2014년 영화 ‘차이나타운’ 연출 그 감독. 김보통 작가의 레진코믹스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 한 감독과 김 작가 공동 시나리오. 넷플릭스가 지난달 28일 공개. 총 6화. 매 화 45~56분. IMDb 평점 10점 만점에 8.7점. 구글 이용자들 ‘좋아요’ 98%.
*D.P. 메인 예고편.
<11:24.0904.흙.2021.完>
'영화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마존 프라임 추천영화 ‘신데렐라’ 페미니스트 재해석 (0) | 2021.09.12 |
---|---|
최신 액션영화 추천 매키 큐 ‘더 프로티지’ 킬링타임용 (1) | 2021.09.05 |
넷플릭스 승리호 업동이 유혜진·결말 반전만 볼만 (2) | 2021.09.02 |
넷플릭스 상어영화 딥 블루 씨 ‘죠스’ 버금갈 재미 (0) | 2021.08.28 |
넷플릭스 청불영화 ‘아무튼, 우리’ 생부 찾는 스페인 영화 (3) | 2021.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