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승리호 업동이 유혜진·결말 반전만 볼만
승리호(영어제목 Space Sweepers), 이 영화 지난 2월인가 넷플릭스로 개봉했을 때 이미 봤다. 그때 페이스북에 짧게 촌평 남긴 적 있는데, 이번에 CGV가 넷플릭스랑 협업해 승리포 포함 7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극장 상영하는 특별전을 한다고 해 리뷰 써볼까, 다시 봤다.
감동 먹은 영화도 두 번 안 보는 편인데, 당시 별로 재미 못 느낀 영화를 두 번 보는 건 고역이었다. 일단 ‘헐 이게 2시간 16분짜리 였어?!’ 여기부터 질렸다. 그래도 참을성 있게 다 봤다. 순전히 아이리뷰유 리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2092년. 사람이 못살 지경에 이른 지구에 여전히 지구인 95%가 살고 있는 가운데 설리반이 이끄는 UTS(자꾸 UPS랑 헷갈리더라)란 업체가 지구 밖 위성 궤도에 시민단지, 비시민단지, 상업단지 등을 건설해 선택받은 소수만 이주해 살고 있다.
지구에 남은 지구인들은 노동비자를 발급받아 이곳으로 노역하러 오는 완전한 신분 계급 사회. 나머진 최악의 황사 가득한 지구에서 마스크 낀 채 생활한다. 유토피아를 겨냥한 디스토피아의 반란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구도.(뭐 거기까지 나아가지도 못하지만.)
여기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들을 수거해 돈을 버는 일종의 우주 청소부들 중 하나. 돈을 벌어 비행선을 고치고 또 빚내 더 성능을 개선하는 장 선장(김태리)의 고집으로 늘 돈에 쪼달리는 승무원들. 로봇인 업동이(목소리 유혜진)만 룰루랄라 다른 사람들, 김태호(송중기), 타이거 박(진선규)은 각자의 불만을 끌어안고 산다. 그러면서도 서로 티격태격.
(태호. 소년병으로 자라 어릴 때부터 UTS 군인으로 살았지만, 작전 중 구출한 아이(순이)를 키우다 기동대에서 쫓겨나 하층민 생활. 우주 쓰레기 충돌로 순이를 잃고 그래서 시신 추적을 위해 돈 버는 데 환장한 인물. 영화의 중요한 맥락.)
다른 청소부들의 사냥감을 죄의식 없이 낚아채는 게 또 이들의 일상. 한국을 대표하는 승리호를 그래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다른 국적의 청소부들은 싫어한다.(이러던 애들이 승리호 위기에서 힘을 모은다. 뭘 말하고자 한 건진 알겠는데,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
이렇게 배경 깔고 떡밥처럼 ‘도로시’라는 어린 애 형상의 안드로이드(인 줄 알았더니 그냥 사람)를 등장시킨다. ‘소형 수소폭탄을 내장’해 폭발력 무시무시한 이 로봇이 극렬 테러 집단 검은여우단과 함께 사라졌다는 UTS 주장을 전하는 뉴스.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라는 경고.
근데 얘가 떡하니 승리호 품 안에 안긴다. 수배 중인 걸 알아챈 이들, 돈도 궁하겠다 얘를 비싼 값에 팔아먹을 궁리를 한다.
근데 살상무기라던 도로시(한국명 꽃님)가 죽은 식물을 살린다?
기실 도로시는 UTS 연구소 강현우 박사의 딸. 뇌신경이 파괴되는 이름 모를 병을 갖고 태어났는데 강 박사가 나노봇을 투입해 치료된 케이스. 근데 도로시가 다른 나노봇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죽어가는 생명체를 살리는 능력을 얻게 된다. 결국 ‘지구를 되살릴 유일한 희망’이 돼버린 도로시를 놓고 각축전이 벌어지게 된 것.
화성을 사람이 살게끔 만든 것도 설리반 아닌 도로시. 설리반, 도로시를 없애고 지구는 멸망시키겠다는 속내. 이걸 승리호가 막는다. 도로시도 구하고, 지구도 구하고 해피 엔딩.
근데, 영화 지루하다. 30분 단편으로 만들 영화를 2시간 16분으로 늘려놓은 느낌. 잡설과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웃음 코드도 몇몇 심어놓았는데, 안 웃겨.
또 뭐랄까. 그냥 착한 교과서 읽은 느낌? 아님 배고파 먹는데, 그냥 아무런 맛도 없이 먹고나서 배도 하나 안 부른 그런 느낌. 뭔가 액션은 비루하고, CG는 의욕만 앞섰다. 우리 미스터 선샤인 아씨도, 빈센조도 제 맛 우려내지 못한 듯. 목소리만으로 유혜진 애드리브만 감칠맛. 감독이 감동 기대했을 몇몇 장면도 그냥 박제화된 느낌.
그래도 사건 해결하는 마지막 ‘반전’은 조금 솔깃. 승리호에 태운 게 도로시가 아니었다니. 어찌보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폭탄 터졌는데 언제 나노봇이 승리호 온전한 상태로 보호할 수 있었는지, 그건 좀 무리한 설정)
이 영화의 또다른 미덕은 엉뚱한 데 있다. 기자를 말 그대로 ‘쓰레기’ 취급한다는 거. 그냥 ‘기레기’다. 기자2, 인류애와 정의, 공정을 얘기하지만 신분 상승(UTS 시민권 획득)을 위해 절대자(설리반) 명령대로 죄 없는 사람을 죽인다. 그러다 시민권은커녕 설리반 손에 개죽음.
“넌 오염물질이야…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사라져야 해. 그것이 좋은 세상이야. 너희들을 잘라내는 것, 그것이 진짜 인류의 구원이다.”
정말이다. 설리반 입을 빌어 이렇게 적나라하게 대사 친다. 감독, 기자한테 크게 당한 적 있는듯. 아님 말고. 기자2 역할, 좀 더 기자 같은 배우에 기자스러운 배역을 줄 것이지, 그냥 그 자체 검은여우단 배우들 만큼이나 허접. 것도 아쉬움.
여러 나라 사람들 언어 소통, 영화는 편리하게 해결한다. 타갈로그어까지 온갖 언어들 난무하는 데 번역기로 다 통한다. 블루투스 이어폰 같은 거 다 귀에 꽂고 있다. 글쎄 저런 세상 빨리 와야 내가 이 고생 안 할 텐데. 음
왜 승리호? 꽃님이 묻자 업동이 왈 “그냥 내가 갖다 붙인 거야. 예전엔 이기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줄 알았거든.”
감독 조성희. 2012년 송중기 주연 ‘늑대소년’ 감독•각본 맡아 706만 관객 동원한 그 감독 맞다. 넷플릭스 제공. 250억(혹은 310억) 썼단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69%.
참고로 CGV-넷플릭스 협업 'NETFIC'(NETFLIX IN CGV) 특별전은 지난 1일(한국시각) 시작돼 12일까지 전국 CGV 80여 개 극장에서 진행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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