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녹스 넷플릭스 다큐 그래서 아만다는 무죄일까?
최근 개봉된 영화 ‘스틸워터’(Stillwater)가 2007년 아만다 녹스 사건을 모티브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 ‘스틸워터’에서는 맷 데이먼이 또 다른 젊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유럽에서 기소된 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인 아버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감독 겸 공동 작가 톰 맥카시는 자신의 영화가 "이탈리아에서 수감됐고 8년 만에 무죄가 된 미국인 대학생 아만다 녹스의 이야기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만다 녹스 사건이 뭐지? 아만다 녹스? 얜 또 누구? 궁금해 찾아보다가 넷플릭스 이 다큐 ‘아만다 녹스’를 발굴했다. 검색해보니 2007년 벌어진 이 사건을 두고 전세계 언론이 아주 들끓었다. 또 누구더라, 감옥에 갇혀도 미모가 출중하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세인의 큰 관심을 끄는 사례 국내외에서 비일비재하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 호기심에 불을 지른 것은 아만다 녹스의 미모였다. ’20세 금발의 아름다운 미국 여성’ 이게 사건보다 엉뚱한 데 관심을 두게 했다는 게 세간의 평가.
어쨌든 이거, 아만다 녹스 사건. 2007년 11월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생긴 일. 미국 유학생 아만다 녹스가 남자친구 라파엘 솔레치토와 또 다른 남성 루디 게데를 시켜 룸메이트인 영국 유학생 메러더스 커처를 강간케 하고 살해한 혐의로 징역 26년 형 선고받고 현지에서 복역 중 사건 발생 8년 만에 대법원 무죄 판결로 풀려난 사건.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 3심에서 유죄, 대법원에서 무죄. DNA 증거를 둘러싼 논란으로 최종 무죄판결까지 8년간 이탈리아 법정은 이 미국인 유학생에게 유무죄를 번갈아 선고한다.
사건 후 1년여 법정 다툼 끝 판결. 아만다에게 26년. 구속. 사건 발생 4년 후 항소심은 그녀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아만다는 비로소 시애틀 부모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건 수사 당일부터 체계적이지 않았던 수사가 문제가 됐고, 증거 오염 정황들이 제시된 탓.
*강력 증거 1, 브래지어 훅: 46일 만에 발견된 이 증거에서는 ‘공범’ 라파엘 DNA 말고 다른 신원 불명 2명의 것도 나와. 증거 오염 의혹 제기. “DNA 증거는 유리한 부문만 가져가 써먹을 수 없다.”(범죄 수사 전문가)
*강력 증거 2, 주방용 칼: 피해자 DNA 극소량 발견 “이는 증거오염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연구소 측도 “표본 50개 한꺼번에 검사” 시인.
그러자 미국 언론의 개입. 미국 정부 개입 촉구하며 이탈리아 ‘엉성한’ 사법체계 조롱. 이에 발끈한 이탈리아 변호인의 말. “1308년, 바로 이곳 이탈리아의 법원에 유럽 최초로 법학부가 들어섰죠. 그때 미국에서는 원주민들이 물소 그림이나 그렸을 겁니다.” 이건 이 다큐의 잔재미 중 하나.
사건 발생 6년 뒤인 2013년 이탈리아 법원은 상소심 판결을 뒤엎고 다시 아만다와 라파엘라의 유죄를 선고. 다큐에 따르면, 이 유죄 선고는 아만다의 행동과 대인 관계를 비롯해 주로 정황 증거를 근거로 하고 있으며, 즉각 피고 측은 대법원에 항소했다.
사건 발생 8년 뒤인 2015년 9월 마침내 대법원 최종 판결. 무죄. 대법원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언론 관심에 부응하려는 무리한 범인 색출 과정이었다고 판결. 범죄 연루 생물학적 증거 부재가 결정적인 무죄 판시 이유. 집에서 이 소식을 들은 아만다와 가족의 기뻐하는 모습이 화면에 가득하다.
당시 이 사건은 이른바 황색언론의 좋은 먹거리였다. ‘불여우 아만다’(Foxy Knoxy)로 대표되는 수식어들이 난무했다. ‘불여우 아만다의 컬트화’ 당시 언론은 이 사건을 이렇게 불렀다고. “마약으로 인한 섹스 게임 중 사고.” 아만다의 미모에 ‘(집단)섹스’와 ‘마약’을 배합해 스토리 만드는 전형적인 황색 저널리즘에 모든 언론이 동참. 지금처럼 휴대폰 발달했으면 그 광기는 몇천 배 더 증폭됐을 듯.
이 다큐, 언론 ‘역할’에 대해 대놓고 쓴소리를 한다. 주제가 이거 아닌가 싶을 정도. 다큐는 아만다 본인은 물론, 경찰과 변호사, 재수사 검사, 피해자 부모 등의 인터뷰를 통해 입체적으로 이 사건을 조명한다. 언론을 대표해 코멘트 하는 사람이 바로 당시 사건을 가장 열정적으로 취재한 닉 피사라는 기자(당시 ‘더 데일리 메일’ 소속).
이 기자를 보며 공분 느끼는 사람 많았을 듯. 시간이 오래 지났다지만 살인 사건을 두고 “그렇게 많은 특종을 해보긴 처음”이라며 큰 웃음 터뜨리고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라니. 같은 기자인 내가 보기에도 ‘인간에 대한, 망자에 대한 예의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 그의 이른바 ‘특종’이 결과적으로(법의 재해석에 따르면) 여러 사람의 생애를 수렁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더욱. 내 생각엔 이 다큐 최대 빌런. (이 기자 독수리 타법으로 노트북 기사 작성한다. 그럴 순 있지만, 일반적이진 않다.)
이 기자, ‘언론 재판’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런 면도 있지만(웃음) 이는 당시 가설로 증거 날조한 경찰과 검찰청 책임”이라며 책임 전가. 다큐 끝까지 이 드러내며 웃는다.
마지막 멘트. “하지만 저희라고 어쩌겠습니까? 언론인의 본분은 들은 대로 보고라는 겁니다. 이런 건 힘들죠. ‘잠깐만 기다려 봐’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하고 보도해야지’ 그걸 어떻게 다 검토하겠어요? 그러다 경쟁사 기자에게 밀리기나 하겠죠. 특종을 잃는 거예요. 언론이라는 건 그렇게 돌아가죠.”
이 기자, 이후 ‘더 선’ 기자로 활동. 두 매체 모두 영국의 황색 언론을 대표하는 대중지이다.
아만다 녹스 사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녀가 유죄라고 믿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피해자의 엄마도 그 중 한 명. 이를 수사했고 나중 페루자 검찰총장까지 지냈다는 당시 수사 검사도 마찬가지. 다큐는 이해 당사자 ‘입장’을 전달하며 담담히 판결을 좇는다. 아만다는 이후 기자를 거쳐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기 이름 내세운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하지만 오직 어리석은 자들만이 과오 속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
다큐 속에 인용된 키케로의 이 말.
누굴까, ‘과오 속에 머문 사람’은?
*아만다 녹스 다큐멘터리 예고편 보기
<15:23.0807.흙.202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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