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더 비기닝 마침내 밝혀진 십자흉터의 비밀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비기닝(Rurouni Kenshin: The Beginning)이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잠깐, 전에 본 거 아닌가 했는데 그때 그건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이었다. 배트맨 비긴즈도 아니고, 파이널과 비기닝을 동시에 만들어 배포하다니. 게다가 넷플릭스는 파이널을 먼저 공개했다. 바람의 검심 더 비기닝’ 어떤 영화인가, 바로 정주행했다.
먼저, 이 얘기는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시리즈의 가장 처음에 해당하는 것으로 굳이 말하면 2012년 나온 바람의 검심 1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검심’(켄신)으로 불리기 전, 오롯이 ‘히무라 발도재’로 불리던 그 시절 가슴 아픈 사랑 얘기. 그리고 화인처럼 밝힌 왼쪽 얼굴 십자 흉터의 비밀도 이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된다.
당시 복잡한 일본 정세야 다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 당시 상황은 등장인물들 대사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카츠라) “도쿠가와 막부 300년간 썩어버린 시대를 바꾸려면 미쳐야 해. 그리고 히무라한테는 그 미친 정의의 선봉 가장 가혹한 임무를 줬어. 녀석의 칼을 무디게 하지 밀아줘.”
도쿠가와 막부의 300년 집권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세력이 있다. 이 조직(기병대)을 이끄는 게 카츠라라는 인물이고, 발도재(시토 다케루)는 ‘세상을 변화시켜 사람들의 행복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들 세력에 합류한다. 그의 칼솜씨를 눈여겨본 카츠라가 그에게 막부 요인 암살의 임무를 맡기고 발도재는 거침없이 무표정하게 임무를 완수해낸다.
참고로 카츠라, 이 배역은 실존 인물이란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낸 요시다 쇼인을 정신적인 지주로 삼고 있는 그의 제자라는 설정.(결국 막부 시대를 끝내고 메이지 유신을 성사시킨다는 역사적 배경, 그 혼돈의 시기를 다룬 내용인 셈이다.)
적들을 무참히 도륙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발도재가 한 여자를 만난다. ‘토모에’(아리무라 카스미)란 이름의 이 여자는 제 발로 발도재를 찾아왔으며, 암살자 본능의 발도재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행동대 ‘신선조’를 앞세워 막부의 총공세로 피신하게 된 카츠라 조직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하고 잠수를 탄다. 이때 발도재도 토모에와 농촌 지역으로 몸을 피한다. 밭을 일구며, 약장사로 위장해 살아가면서 비로소 사람 사는 재미, 행복을 느끼는 발도재. “널 지킬게” 그런 고백도 토모에한테 한다.
그런데 이 여자, 발도재가 죽인 사람의 정혼자였다. 복수를 위해 접근했지만, 발도재를 사랑하게 돼버린 여자. 그를 위험에 빠뜨렸지만 반대로 그를 구하기 위해 적장을 만난다. 잠든 발도재를 떠나며 토모에 “안녕, 내가 사랑한 두 번째 남자” 이런 낭자한 독백도 남긴다.
그리고 죽을 위기에 처한 발도재의 칼에 적장과 함께 숨을 거둔다. 그를 위한 헌신, 발도재의 약속. “새로운 시대가 올 때까지 계속 칼을 들겠지만, 새로운 시대가 오면 더는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 발도재의 마지막 이 맹세는 발도재가 이후 역날검(날이 거꾸로 돼 있어 사람을 죽이지는 못한다)을 쓰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토모에와 살던 집을 그녀 시체와 함께 태우며, 전장으로 떠나면서 발도재 말한다. “그럼 다녀올게, 토모에” 이 부분 멋지다.
바람의 검심 만화 원작 ‘추억편’을 영화화했다는 바람의 검심 더 비기닝은 알콩달콩 발도재의 사랑 얘기다. 비극이라 더 찬연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가 사랑한 유일한 사람과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막부 최고의 적’이라 불리는 칼잡이 발도재가 묻는다. “아직 안 잤나?”. 토모에가 답한다. “당신이 나간 밤에는 잠이 안 옵니다.” 좀 오글거리지만, 두 사람 아름답게 슬프다.
시대는 발도재를 원했다. 살인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토모에. “평화를 위한 싸움이라는 게 정말 있을 수 있을까요?”. 발도재의 답이다. “시대를 나아가게 하려면 누군가가 칼을 휘둘러야 해. 그게 나였을 뿐이다.”
(토모에의 연기는 AI 갖춘 로봇과도 같다. 표정도 그렇고 몸짓도. 감독이 주문한 거겠지만, 저 시대 저런 여성상만 존재했을까. ‘남편’(발도재)를 섬기며 순종하는 모양새는 요즘 페미들이 보면 발끈하겠다, 생각 들 정도. )
발도재 얼굴의 십자흉터 그 유래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길. 처음엔 하나 마지막 두 개. 다소 억지스럽긴 하지만, 어쩌면 발도재에서 ‘검심’(켄신)으로 거듭난다는 설정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다.
바람의 검심 더 파이널에서 ‘빌런’으로 나오는 인물, 토모에의 남동생 ‘에니시’가 이 영화에서 잠깐 등장한다. 그렇게 누나를 떠난 그는 중국에서 갱단 두목이 돼 누나를 죽인 발도재를 죽이겠다고 무리를 이끌고 교토로 와 일대를 쑥대밭 만든다. 그게 더 파이널의 내용.
바람의 검심 더 비기닝은 1868년 1월 교토 도바 후시미 전투로 막을 내린다. 막부 시대 막을 내리고 새 시대를 열어젖힌 마지막 전쟁으로 묘사된다. 이 전투 장면은 바람의 검심 1편(2012년) 초반부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 비기닝과 영화 1편의 ‘접점’인 셈. 그렇게 바람의 검심은 ‘더 파이널’까지 연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화.
“우리는 모두 업보가 깊은 생물이다.”
많은 것을 생각케 하더라.
감독 오토모 게이시. 상영시간 138분. 일본 6월 개봉. 넷플릭스 7월 공개.
<07:22.0803.불.2021.完>
'영화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만다 녹스 넷플릭스 다큐 아만다는 무죄일까? (0) | 2021.08.08 |
---|---|
정글 크루즈 등장인물 ‘달의 눈물’ 좇아 아마존 좌충우돌 (0) | 2021.08.06 |
넷플릭스 러시아 영화 메이저 그롬: 플레이그 닥터 후기 (0) | 2021.07.26 |
킹덤 아신전 정석원 밉상 여전, 좀비 액션 부족 아쉬움 (0) | 2021.07.25 |
넷플릭스 로맨스 영화 추천 ‘내 안의 작은 사랑’ (0) | 2021.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