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더 재밌지만 잔혹, 쿠키는 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 우리말로 하면 자살 특공대)는 할리 퀸(마고 로비) 때문에 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6년 개봉한 1편이 그랬다. 포스터도 예고편도 할리퀸만 앞세워, 지금은 '누가 나왔지?' 되새겨볼 정도. '무슨 내용이었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도대체 1편 감독은 뭐 한 거야’ 이렇게도 평가절하되겠다.
그래서 나온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2 성격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경험상 기대가 적으면 그만큼 실망도 작다. 물건을 사든, 영화를 보든, 사람을 만나든 그냥 진리.
일단 감독의 재기발람함에 대한 기대. 마블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 그 감독(제임스 건)이 만들었다니 그 영화 재밌게 본 입장에서 나름 그만의 스타일을 기대했다.
영화는 모종의 실험을 진행하는 섬나라가 쿠데타로 뒤집혀 적의 손아귀에 넘어가자 미 정보국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재소집, 이 섬에 침투토록 하면서 본격 얘기가 펼쳐진다.
주인공들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적진에 투입되는데 어째 좀 허술하다. 이미 대기하고 있는 적들 맘껏 포화를 쏟아내고 스쿼드 요원들 그냥 속수무책 전멸 위기. 뭐지?
T.D.K 갖고 있는 능력의 허접함. 뭐의 약자냐고 물어도 답 않더니 할리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뭐야, The Detachable Kid 줄인 거?”
그렇다. 팔 분리. 얘 떨어져 나간 팔이 허우적대는 거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다. 다른 애들 ‘능력’이란 것도 보잘것없고, “얘, 개냐?”라고 물었던 직립 보행하는 동물 형상의 위즐(Weasel)은 투입되자마자 죽는다. 그리고 얘네들,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랑 플래그(Joel Kinnaman)만 빼고 정말 몽땅 죽어버린다.
얘네들, 1진.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 정작 주인공들은 다른 해안으로 같은 섬에 닿은 또다른 수어사이드 스쿼드이다. 1진 희생으로 적들 화력이 다 한쪽에 쏠린 틈을 타 섬에 안착한다. 할리가 합류하고, 잡힌(!) 플래그를 구출해 함께 하면서 영화는 비로소 본판을 시작한다.
이들 모두 세상 기상천외한 악당들만 모아놓은 악명 높은 수용소에서 여기 책임자 윌러에 의해 엄선된 자들이다. ‘대가리’에 폭약 심은 채 죽음 불사하는 작전에 투입되는 ‘자살특공대’(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자의 반 타의 반 합류하는 것.
남아메리카 어디 섬나라에 가서 미국이 쉬쉬하며 연구해 온 어떤 결과물을 흔적없이 없애고 오는 게 이들 임무. 그게 ‘불가사리’였다.(난 그렇게 봤다.) 외계 생명체 ‘스타로’라는 놈으로 자가 번식을 무한대로 하는 이놈이 악당들 손에 넘어간 이상 제거해야 할 위협이 된 것.(우주에서 떠돌던 얘를 지구로 데려온 것도 미국이다. 적들 손에 안 넘어갔으면 어쨌으려나...)
이렇게 해서 불가사리와의 한판 전쟁이 대미를 장식한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온통 화면 가득 살과 뼈가 흩뿌려지고 피가 솟구친다. 경쾌한 음악이 이 살육에 덮히니 제임스 건 악동 기질 고스란히 내보이는 잔혹동화가 됐다.(비위 약한 사람들은 시청 불가. 노약자•임산부 시청 금지. 음. 그 정도 맘껏 ‘발산’한다.)
그래도 음악은 유쾌하고 폭력은 선동적이다. 할리 액션 분출하는 영화 중반 이후 어떤 장면에서는 피 대신 꽃이 낭자하다. 신박한 장면. 건 감독 연출 한 건 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 여기 등장인물들은 몇몇 반갑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조엘 킨나만(플래그 역)은 그중 제일.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한나’ 시즌 1에서 한나 아빠 역할로 나왔을 때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 스웨덴 배우 키 크고, 잘 생겼다.^^(2014년 리메이크된 영화 ‘로보캅’에서 주인공 머피 역을 맡았다는데, 난 기억이 없네…)
피스메이커 역으로 나오는 존 시나는 요즘 왕성한 활동 중. ‘분노의 질주’ 9(F9)에 또 나왔다. 같은 WWE 출신으로 드웨인 존슨 그늘에 가려졌던 분풀이라도 하는 듯 최근 다작 중. 근데 개인적으로 그는 여전히 아류 느낌이다. 과장된 애국주의로 무장한 그의 폭주가 결국 플래그를 죽인다. 뭐든 과하면 덜한 것만 못하다.
마고 로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려는 노력도 물씬. 전작의 실패를 거울 삼은 일종의 반면교사. 덕분에 각 배역에 골고루 관심과 애정이 분배됐다. 특히 쥐들을 조정하는 랫캐처2. 왜 수감됐는지는 몰라도(놓쳤을 수도) 이 소녀(!)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도 해낸다.
이래서일까. 마고 로비,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엔딩 크레딧에서도 등장인물 순 11번째에 이름을 올렸다.(수어사이드 스쿼드1에선 몇 번째더라…)
위즐도 그렇고, 역시 직립 보행하는 인간형 상어 킹샤크도 그렇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도 봤듯 ‘동물 친화적인’ 제임스 건 감독의 취향도 엿볼 수 있다.
뭣보다 반가운 거. 킹샤크 목소리가 실베스타 스탤론이란다. 우리 록키 형님, 목소리만으로도 큰 일 하셨다.
시리즈 또 나올까,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쿠키 찾으려 자막 다 봤다.(요즘 이게 일) 쿠키 1. 위즐이 살아난다. 작전 투입되자마자 물에 빠져 죽는 설정, 어째 좀 그랬다. 쿠키영상 두 번째는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끝난 후 마지막에 나온다.(많이 기다려야 함 주의) 뭔가 큼직한 예고 같은데, 이건 봐야.
원모어씽. 제목이 수어사이드 스쿼드2 아니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인 이유. 감독이나 제작사나 이 영화를 ‘리런치’(relaunch)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유. 속편은 속편이되, 스토리는 전혀 다르다는 걸 강조하는 차원. 1편이 얼마나 못났으면.
<21:05.08011.물.202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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