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영화 서울대작전 문소리 비서 전두환 ‘다른 건?’

서울올림픽 내세운 '한국판 분노의 질주'… 포니 각그랜저 등 레트로 자동차 총출동

 

넷플릭스가 또 하나 한국 영화를 최근 내놓았다. 지난 26일 공개한 ‘서울대작전’(영어제목 Seoul Vibe)이 그것으로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문소리, 김성균, 오정세, 정웅인, 송민호, 김채은 등이 출연했다. 감독은 문현성. 다른 영화는 모르겠고, ‘화려한 휴가’(2007년) 스크립터 이력이 눈에 띈다. 

 

 

이 영화 ‘서울대작전’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직전 직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이다. 

 

사우디에서 한 탕 하고 돌아온 동욱(유아인) 일행을 안 검사(오정세)가 무죄 방면과 미국행 지원을 약속하면서 협조를 이끌어낸 것. 아니면 꼼짝없이 감옥에 가야 할 형편, 유아인은 이를 받아들인다. 전직 대통령 숨겨둔 비자금을 그 충직한 부하들이 돈세탁하는데, 여기 침투해 전모를 검찰에 알리는 일. 운전 실력 ‘이찌방’인 유아인과 자동차 개조 기술 일인자 준기(옹성우), 인간 내비게이터 복남(이규형), 여심 홀리는 ‘판돌이’(DJ) 우삼(고경표) 등 각 부문 실력자들이 ‘공범이 돼’ 이 일을 맡는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을 극혐하고 단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잘 알겠지만, 영화 시기도 시기인 만큼 전직 대통령은 바로 전두환이다. 머리 벗어진 그의 특징 그대로 희화화한 인물도 등장하고, 사채 여왕이자 VIP 오른팔로 비자금을 관리하는 강 회장(문소리)과 충견 군바리 이 실장(김성균)이 그를 보좌하는 두 마리 개로 나온다.

 

문소리 역할은 ‘역시’란 말이 절로 나온다. 처음 악역을 맡았다는 그의 연기가 그나마 영화 구성도, CG도 기대에 못 미친 이 영화를 지탱해줬다고 생각한다. 문소리는 목소리와 입고나오는 의상 자체가 웃음 포인트. 김성균도 다소 억지스럽고 오버스럽지만, ‘미친개’ 역할을 나름 잘 해냈다. 명령에 살고 결국 불명예에 죽는 ‘골 빈 군바리’, 전두환 추종 군대를 어쩌면 감독이 그렇게 영화에 녹여냈는지도.

 

검사 평욱의 “내가 왜 저 좆같은 독재자 새끼를” 이 대사가 전두환을 대하는 감독의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다시 말하지만 그는 5.18 광주학살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스크립터였다) 마지막 500억을 챙겨 달아나려는 강 회장 일당을 끝까지 쫓아 비자금을 탈탈 털어 허공에 날린 유아인 일행. 정의를 좇다 안 검사는 죽음을 당하지만, 검찰총장도 VIP편인 검찰 조직에서 부장검사가 후배 검사 유지를 이어 직을 걸었기 때문에 성공한 ‘서울대작전’이다. 윤 정권 검찰 조직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하부 반란.

절절한 대사.

이 영화 '서울대작전'은 전두환 비자금 얘기다. 감독은 그에 대한 극혐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사진=영화 갈무리

영화 속 레트로(복고풍)의 자동차, 음악, 배경 등도 재미 요소. 특히 영화에서 주연이래도 손색 없는 튜닝한 포니 픽업을 비롯해  일명 각그랜저로 불리는 ‘그랜저(1세대)’, ‘쏘나타(2세대)’, ‘스텔라’, ‘코티나’ 등 80년대를 풍미한 레트로 차량들이 현대자동차 협조로 대거 출동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송골매의 이 노래는 말 그대로 추억 돋더라.

현대차가 포니 픽업 등 자사 80년대 레트로 자동차를 전폭 지원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영화는 그러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기승전결을 줬으면 시청자들이 공감해야 하는데 이 영화가 그렇지 못한 건 그 힘이 달려서다. 재주 많은 출연진들 많이 모아놓고 다소 유치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건 오롯이 연출자 책임 아닌가 싶다. 투자비 200억으로 ‘한국판 분노의 질주’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오밀조밀 치밀한 전개는 좀 아쉽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극의 전개, 일부 출연진의 발연기도 138분 상영시간을 온전하게 즐기는 걸 방해했다.

 

대표적인 게 유아인과 경쟁자이자 친구로 나오는 갈치 역할 송민호, 이 친구 그룹 위너 멤버란다. 가수. 이번에 처음 연기에 도전한 것 같은데, 어떤 댓글, “민호야 연기는 하지 마!”. 기사 보니 유아인이 송민호 연기 보고 놀랐다며 극찬했다는데, 이런 저 연기를 보고 어떻게 극찬씩이나 하나. 흐름 깨는 건 기본, 도대체 자기가 어떤 역할인지 알고나 하는 건가 도통 모를 정도. 

 

‘강 회장의 비서’역을 맡은 배우 김채은은 새 발견이다. 이미 ‘서울대작전 비서’로 검색어 떴던데, 그만큼 관심을 끌었단 얘기. 처음 보는 얼굴인데, 큰 비중 아니래도 꽤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호감 가는 외모도 한몫. 다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배우다. (근데 나도 궁금하다. ‘김 비서 그래서 살아있습니까?)

마지막 작전계획. 이 영화 영어 제목은 '서울 바이브'(Seoul Vibe)다. /사진=영화 갈무리

이 영화 ‘서울대작전’ 킬링타임용이다. 쿠키는 아니더라도 엔딩 크레딧 좀 올라가다 나오는 후속 영상, 백담사로 추정되는 절에서 전두환으로 보이는(!) VIP가 극 중 처음 얼굴을 온전히 드러낸다. 그 시절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 죽었어도 여전히 그가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