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아 우라” 찰라의 감동…등장인물 열연 불구 영화 아쉬움
‘안중근’을 봤다. 시카고에 살면서 한국 영화를 부러 찾아가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멀리도 가야하지만, 왠만한 영화 그래서 마음 동하지 않는다. 지인이 ‘하얼빈 보러 갈까’ 했을 때, 선뜻 ‘그러자’한 건 때가 때인만큼 뭔가 애국심의 발로였을 지도 모른다. 내란 수괴 혹은 동조자들 말하는 ‘애국시민’ 그 마음 아니다. 짓밟히는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건사하려는 사람들에 동조해서 먼 길 마다하지 않았다.

영화 하얼빈(Harbin), 현빈이 안중근으로 나온다. 영화는 좀 지루하다. 하얼빈 거사까지 디데이 며칠을 남겨두고 독립의군들 하얼빈 당도까지 여정을 좇는데, 그게 오밀조밀하지 않다. 결기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의군들 대사와 행동들, 어떤 건 유머같은데 웃기지도 않다. 영화 초반과 끝 압록강을 건너는 안중근의 비장미도 영상에 비해 대사가 좀 오글거린다.
현빈이 안중근 역할에 맞았나. 개인적으로는 목소리 톤과 연기가 ‘내가 생각하는’ 안중근과는 다소 부합되지 않는다는 느낌.;만추’(2011)의 훈, ‘사랑의 불시착’(2019~2020)의 리정혁이 생각났다. 안중근을 영웅시하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지만, 현빈 연기에 대한 별다른 비판이 없는 걸로 봐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잘 생겨서’ 튄다, 뭐 이런 의견은 있더라.

마침내 하얼빈 거사.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 본명 나카가와 마사야)를 저격하는 바로 그 씬. 아주 짧다. 그 찰라의 장면으로 이 영화의 모든 단점이 용서가 됐다. 감정이입 탓일까, 카메라의 적극적인 응시 때문이었을까, 안중근이 ‘코레아 우라’라고 외치는 그 순간, 살짝 눈물이 났다.(‘Korea Ura’, 대한민국 만세라는 러시아 말)
그가 체포됐고, 사형에 처해졌지만 한국 독립은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뒤에나 가능했다. 그 동안 많은 이들이 옥고를 치렀고, 많은 고문을 당했고, 목숨을 뺏겼으며, 이름도 없이 스러져갔다. 안중근 이 한 사람에 그 많은 것들이 투영되니, 현재 나라 꼴이 더 개판이란 생각이 북받쳤다.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하얼빈’ 제목이 올라가는데 불현듯 ‘이렇게 찾은 나라인데, 돼지 XX 한 마리가’ 이런 욕지거리가 솟구쳤다. 그는 여전히 석열산성을 쌓고 경호처 품에 안겨 관저에서 옴짝달싹 안하고 있다.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 총칼 들고 나라 말아먹겠다고 덤벼들었으면, 응분의 처분에도 그만큼 당당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극우 유튜브 보며 ‘애국시민’에 의존하다니, 그런 걸 대통령이라고 ‘배설’한 대한민국이 안타깝다.

영화 감독 우민호.
현빈, 릴리 프랭키, 정우성 외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이동욱 등 출연.
상영시간 108분.
*덧말: 최근 관객 수 400만을 돌파했단다. 손익분기점은 650만명이란다. 1000만? 글쎄.
*덧말2: 정우성도 나온다. ‘서울의봄’ 때와는 느낌, 많이 바랬다.
*덧말3: 변절자가 누굴까, 찾는 재미도 쏠쏠.
<16:52.0111.흙.2025.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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